반가운 얼굴 ‘서·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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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서봉수(左), 서능욱(右)

우승상금은 불과 1000만원. 그러나 시니어 기사들에게는 바둑 두는 것 자체가 즐겁다. 제2회 대주배 시니어최강자전 4강전이 16일 서봉수(58) 9단 대 서능욱(53) 9단의 대결로 시작된다. 또 하나의 준결승전인 조훈현(58) 9단 대 박영찬(51) 4단 전은 22일 열린다. 이 4명의 얼굴을 보면 한국 바둑 70~80년대의 풍경과 역사가 절로 그려진다.

‘바둑 황제’ 조훈현은 전관왕을 세 차례나 했고 우승상금 40만 달러의 응씨배 등 158번의 우승을 거둔 신화적 기사. ‘야전사령관’ 서봉수는 조훈현 에 맞선 유일한 적수로 응씨배 우승, 진로배 9연승 등 27회 우승을 기록한 승부사. ‘손오공’ 서능욱은 뛰어난 재주에도 조(曺)-서(徐)의 벽에 가로막혀 준우승만 13번 했던 속기의 명수. 사람들은 서봉수를 ‘대서(大徐), 서능욱은 소서(小徐)라 부르며 조-서와 같은 시대에 태어난 그의 불운을 안타까워했다. 박영찬은 ‘접바둑의 명인’이자 내기바둑의 전설로 꼽히는 김철중 3단과 함께 아마 시절 내기바둑계를 주름잡던 언더그라운드의 고수. 24세에 비로소 프로가 됐고 프로 생활에 전념하지 않아 이제 겨우 4단이다. 예전엔 하늘 높은 조훈현 9단과 대국할 기회를 갖기 어려웠지만 세월이 흐르니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됐다.

 지난해 1회 대회 결승은 조-서가 맞붙어 조훈현 9단이 승리하면서 158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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