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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알려진 PC 상식-2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CD롬 드라이브는 자동차에 쓸 수 있다?

CD롬 드라이브는 12볼트 전원을 이용한다. 자동차의 전원 역시 12볼트인 데다 크기도 카 오디오와 CD롬 드라이브는 비슷하다. 이런 조건 때문인지 자동차에도 PC용 CD롬 드라이브를 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용자를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기술적인 문제만 따진다면 CD롬 드라이브 전원을 자동차 전원에 연결하고 헤드폰용 출력 단자를 스피커에 연결하면 끝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꾸민 시스템은 자동차에서 쓸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자동차는 달릴 때 심한 진동이 생기는 데다 엔진에서 뿜어 나오는 열도 상당하다. 따라서 카 오디오는 이를 대비한 내구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일반 오디오보다 값이 비싼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CD롬 드라이브는 자동차의 충격과 높은 열을 견딜 수 없다. 자동차에서 정상적으로 음악을 즐길 수 없다는 말이다. 더구나 PC에서 쓰는 CD롬 드라이브는 전문적으로 음악만 재생하기 위한 장비가 아닌 탓에 앰프도 충실하지 않다.

PC에서는 이런 단점을 소프트웨어와 사운드카드로 보완하지만 자동차에서는 그럴 수 없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전원 버튼이 따로 없는 CD롬 드라이브를 자동차에 달면 항상 전원이 들어가므로 배터리 방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빛의 속도만큼 빠른 PC는 절대로 만들 수 없다?

''빛의 속도''는 빠르기를 나타낼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다. 빛은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돌 수 있다. 이만하면 얼마나 빠른지 상상하기도 힘들 것이다.

PC 역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내부 회로 안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전자가 오고 간다. 과학자는 PC 내부에서 일어나는 전자의 이동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전기가 흐르려면 전도체가 필요하다. 전도체는 전자의 흐름을 방해하는 성질인 저항을 갖고 있다. 저항 탓에 전자의 이동 속도는 떨어지고 PC의 성능도 영향을 받는다. 얼마 전부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재료로 알루미늄 대신 구리를 이용한 CPU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빛의 속도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그렇다면 빛의 속도에 가까운 PC는 나올 수 없을까? 그렇지 않다. 학계와 업계가 공동으로 몇 가지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0과 1 두 상태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이온(데이터를 갖는 이온으로 큐빗(Qubit)이라고 부른다)을 이용한 ''양자 컴퓨터(큐빗 컴퓨터라고도 한다)''가 있다.

몇몇 기업은 앞으로 10년 안에 양자 컴퓨터를 실용화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을 발전시켰다. 큐빗 하나를 이용하면 이온 하나에 두 가지 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두 개일 때는 네 가지 상태, 세 개일 때는 여섯 가지 등 큐빗은 기하급수적으로 빠른 계산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양자 컴퓨터가 40 큐빗만 갖고 있어도 지금까지 나온 컴퓨터 가운데 가장 빠른 IBM사의 수퍼 컴퓨터 ''딥 블루''나 ''블루진''보다 빠르다. 양자 컴퓨터를 활용하면 작게는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까지 빠른 속도를 실현할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양자 컴퓨터는 암호화나 해독, 요즘 이슈가 되는 게놈 프로젝트 등의 생명과학, 우주 항공, 군사 분야에서 각광받는 기술이 될 것이다.

컴퓨터는 인간의 장기를 대신할 수 없다?

컴퓨터의 도움을 받지 않는 분야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컴퓨터는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로 자리잡았다. 요즘에는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연구의 하나로 컴퓨터를 인간의 몸 안에 이식한다.

컴퓨터가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의 장기를 대신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겠지만 이런 한계 상황은 벌써 깨진 셈이다. 호주의 뉴 사우스 웨일즈 대학(UNSW)이 개발한 생체공학적 안구 기술은 망막 질병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이 다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이 대학의 그레그 슈가닝 박사가 설계한 시각 자극 능력을 갖춘 실리콘 칩은 이미 팝송 ''I just call to say I love you''로 낯익은 맹인 가수 스티비 원더의 망막에 이식됐다.

이 실리콘 칩은 망막에 살아 있는 신경 세포를 통제할 수 있도록 전자적인 자극을 보내는 역할을 맡는다. 말하자면 빛을 받아들이면 망막을 대신해서 시신경을 자극해서 사물을 보게 만드는 것이다.

정신이 멀쩡하지만 척추 마비 때문에 말을 할 수 없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존 레이라는 사람은 로이 베케이 박사가 고안한 ''토크 어시스트 칩''을 뇌에 이식 받았다. 왼손을 움직이는 시신경에 이 칩을 연결한 것이다.

왼손을 움직이겠다는 생각을 하면 칩에 자극을 준다. 자극을 받은 토크 어시스트 칩은 컴퓨터에 신호를 보내서 화면에 ''도와주세요''나 ''필요합니다'' 같은 아이콘을 가리키게 된다. 마지막으로 컴퓨터는 음성 합성 기술로 주위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이 장치에 익숙해진 존 레이씨는 이제 손을 움직이는 것 대신 본인의 의사를 곧바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기계에 지나지 않은 컴퓨터가 인간의 장기까지 대신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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