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펀드자금 아시아 증시서 한발 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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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뮤추얼펀드 자금이 아시아 증시를 빠져나가 미국.유럽.남미 등지로 흘러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로서는 어두운 소식이다.

그러나 외국 증권사 중에는 국내 반도체 주식값이 여전히 싸다고 말하는 곳이 꽤 있다.

3일 미국 뮤추얼펀드 조사기관인 AMG 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7월 중 아시아 증시에 투자한 미국 뮤추얼펀드들의 자금은 유출이 많았던 반면, 미국과 유럽.남미 등에 투자하는 펀드에는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 아시아 투자자금 줄어〓7월 한달간 아시아.태평양지역과 일본에 투자하는 미국 뮤추얼펀드들의 경우 각각 6천8백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한국 등 동남아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들의 자금도 4천4백만달러 줄어들었다.

아시아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 규모가 이처럼 줄어든 것은 ▶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의 환율이 불안해지고▶최근 세계 경기의 상승 속도가 둔화되며 경기에 민감한 아시아 기업들의 수익성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미국 증시에 주로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들의 자금은 8억3천2백만달러 증가했으며, 유럽과 남미지역 투자 펀드들도 각각 9천6백만달러.1천2백만달러 늘어났다.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 주식에 투자하는 인터내셔널 펀드들에는 11억5천2백만달러가 순유입됐으나, 이중 아시아 증시에 투자될 돈은 미미할 전망이다.

◇ 외국 증권사의 아시아 투자비중 축소 권고〓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나 메릴린치증권이 이런 의견을 계속 내놓고 있다.

메릴린치는 이머징마켓을 경기사이클에 의존하는 투자지역으로 분류하고, 대부분의 경기 관련 지표들이 둔화를 암시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 지역의 투자비중을 낮추라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메릴린치는 기술주들의 경기가 정점을 지나고 있으므로 금융주에 관심을 가질 것도 당부했다.

금융주의 경우 아시아 지역의 경쟁력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크게 뒤진다.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증권은 최근 유럽 투자자들이 정보통신 업종의 설비투자 증가를 우려하며 매도 시점을 찾고 있어 기술주들의 반등세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예측했다.

◇ 한국 주식 추천하는 곳도 있다〓메릴린치와 달리 워버그증권은 '바이코리아' 를 주장하고 있다.

워버그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주식이 대폭적인 실적 호전에 비해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매수 확대를 권하고 있다.

LG증권 기동환 국제영업팀장은 "최근 외국인들은 국내 반도체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면서 스스로 방향을 잡지 못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면서 "외국인들은 금융 구조조정 등 증시 주변 여건을 주시하며 관망하는 상태" 라고 말했다.

올들어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을 12조원 가량 순매수하며 가장 큰 매수세력으로 자리잡았다.

외국인들이 보유한 거래소 주식의 시가총액은 90조7천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30%에 이른다.

현대증권 엄준호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은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한국전력.현대전자.국민은행.신한은행 유통물량의 절반 이상을 갖고 있어 이들이 매도세로 돌아서면 주가 급락은 피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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