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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 말할 거면 법복 벗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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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은배 판사(左), 김하늘 판사(右)

“뼛속까지 편향된 정치판사를 규탄한다.” “정치판사 최은배·김하늘에게 재판받는 국민은 분노한다.”

 13일 낮 인천 남구 학익동 인천지방법원 앞 법원4거리 일대에서는 300여 명의 시민이 참가한 이른바 ‘정치판사 규탄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는 법원과 검찰청 직원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쏟아져 나오는 시간에 맞춰 오전 11시30분부터 낮 12시30분까지 계속됐다. 법원 입구에서는 서울에서 내려 온 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여는 과정에서 법원 방호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인천주니어클럽·인천여성단체협의회·인천청년회의소·인천자유총연맹·인천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1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희망인천네트워크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20여 개의 플래카드를 치켜들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법원의 울타리와 동료 판사들의 등 위에 숨어 알량한 권력을 향유하는 유치한 놀이를 집어치우고 판사직에서 물러나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나눠 주었다.

 집회를 준비한 오승한 인천주니어클럽 회장은 “직분을 벗어나 그렇게 마음대로 행동하고 싶으면 신성한 법복을 벗고 나가서 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회는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매일 같은 시간에 반복될 예정이다. 오전 8~9시는 집회신고가 필요 없는 1인 시위를 연말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 첫 1인 시위는 박길호(41) 인천주니어클럽 부회장이 나섰다.

 이번 집회는 8일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민주노동당 후원 교사들에 대한 교육청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직후부터 준비됐다. 오승한 회장은 “인천희망네트워크 소속 단체들이 십시일반으로 참가해 말없는 대다수 시민들을 대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 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하늘 부장판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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