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가계대출 사상 최대…빚으로 생활하는 서민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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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경기가 나빠지면서 생활비·학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생계형’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250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신용대출 금리도 뛰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은 부채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계층의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집중돼 있는 해다. 빚 감당을 못하는 가계가 속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과 제2금융권의 3분기 말 기준 가계 기타대출 잔액은 245조2000억원이다. 기타대출은 전체 가계대출에서 주택대출을 제외한 것이다.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빼거나, 신용대출 또는 예·적금담보대출을 받으면 기타대출로 잡힌다. 가계의 기타대출은 1년 전과 비교해 20조원 넘게 늘었다. 4분기에 지난해 같은 분기 수준인 8조4000억원만 늘어도 250조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증가율도 가파르다. 3분기 은행권의 기타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5.1% 늘었다. 최근 2년 새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상호저축은행·신협·상호금융을 포함한 제2금융권의 기타대출은 15.7% 증가했다. 전 분기의 19%보다 다소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과 비교해도 증가율이 두 배에 이른다.

일반신용대출 금리가 뛰면서 가계의 빚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연 8.22%까지 뛰었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6~7%대였다가 거의 3년 만에 다시 8%대로 뛰어오른 것이다. 500만원 미만 소액대출 금리, 예·적금담보대출 금리도 껑충 뛰었다.

 주택담보대출에도 생계형 대출이 숨어 있다. 한은에 따르면 상반기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거의 절반인 48.4%가 주택 구입 이외의 목적으로 돈을 빌린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생계를 위해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이 집 담보로 사업 자금을 빌린 부분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2005년 이후 취급됐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빚 갚을 능력이 부족한 ‘부채 상환능력 취약 대출’의 거치기간 만료가 내년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이런 대출의 21.2%가 내년에 만기를 맞는다. 2013년(15%), 2014년(15.4%)보다 비중이 훨씬 높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은행이 형편이 어려운 사람부터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아 이들의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제2금융권 대출이 늘고 있는 것도 좋은 신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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