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 영향으로 0.01점이 당락 가를 수도 … 대학별 환산점수 꼼꼼히 계산해 1곳은 ‘안전 지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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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이 전체적으로 쉬워진 올해엔 0.01점이라도 더 세밀하게 유·불리를 가려내야 합니다. 원점수가 올라가 평소보다 높게 지원하고 싶은 욕심이 커지겠지만, 동점자가 많아진 탓에 수험생들 간 점수 격차가 더욱 좁아져 지원·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졌습니다.” 문일고 김혜남 교사(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대학진로지원단 컨설팅지원팀장), 휘문고 신동원 교사(전국진학지도협의회 연구위원장), 은광여고 조효완 교사(서울진학지도협의회 회장) 등 대학입시 전문 교사들에게 정시로 가는 길을 물었다. 이들은 “이번 정시모집에 지원할 때 자신의 상대적인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한 곳은 반드시 합격할 수 있는 전략을 고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신동원·조효완·김혜남(왼쪽부터) 교사가 서울 문일고에 모여 전국·서울진학지도협의회 상담 프로그램을 활용해 2012학년도 대학입시 정시모집 지원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조효완(이하 ‘조’)=올 수능에선 절름발이 성적을 받은 수험생들이 많아졌다. 영역별 점수가 고르게 나와야 하는데 중상위권 수험생들도 특정 영역만 좋은 점수를 받고 다른 영역은 그보다 점수가 낮았다. 이는 좋은 점수를 받은 영역만 골라 조합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즉 다른 수험생과의 비교에서 상대적인 유·불리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며 그에 적합한 대학을 찾는 일도 예년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

신동원(이하 ‘신’)=동점자가 많아진 점도 안개 속 입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럴 땐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과 상담하면서 지원목표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 대입은 다른 수험생과의 게임이다. 내 점수보다 경쟁자들의 점수가 중요한 잣대가 된다. 모의지원으로 모집단의 성격, 지원자들의 성적분포와 이동 등을 파악해야 한다.

김혜남(이하 ‘김’)=최상위권은 밀집도가 낮은 반면 중상위권은 동점자 증가로 수험생 간 점수격차가 좁다. 중위권 대학 일부는 지원이 대거 몰려 경쟁률이 높아질 수 있다. 수리 영역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여학생들이 여대로 몰릴 수도 있다. 동점자들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에 따라 수능 100%로 선발하는 우선선발과, 수능 점수와 학생부를 반영하는 일반선발 중 적합한 것을 골라야 한다.

=모의지원 상황을 보면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지원 대상자들 중엔 동점자가 많다. 경희대·중앙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로 갈수록 동점자가 더욱 많아진다. 등급 간 수험생 층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어나 두터워졌다. 이는 1점이라도 더 높여 상향지원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원점수가 높아져 상향 지원하고 싶은 욕심은 커졌지만 표준점수가 떨어져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입시자료를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모집군 중 한 곳은 꼭 합격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2년 뒤엔 교육과정이 바뀐 수능시험을 치러야 한다. 재수를 하면 내년 입시에서 배수진을 치고 지원전략을 짜야 해 무리수를 두거나 낮춰 지원하게 된다. 이 경우 수능 점수를 전년보다 더 높였어도 높인 효과를 얻기 힘들어진다.

=영역별 점수가 절름발이 형태인 수험생들은 취약한 영역을 과감히 버리는 지원전략이 필요하다. 언어·수리 혹은 탐구 중 한 개 과목만 반영하는 대학도 있다. 이를 잘 찾아 지원하면 낮은 점수라도 서울권 대학을 공략할 수 있다. 예전엔 경쟁률이 떨어지면 합격선도 떨어졌는데 요즘엔 이런 현상을 보기 힘들다. 그만큼 전형방법이 다양해지고 눈치지원이 많아진 탓이다. 이런 경우 첫날 지원 경쟁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정적으로 소신 지원하는 수험생들 대부분은 첫날 접수하기 때문에 이들의 지원 방향과 이동 흐름을 파악해 판세를 읽을 수 있어서다.

=대학별 모집군의 변화와 증감도 파악해야 한다. 경쟁 대학을 의식해 합격선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서울시립대 세무·행정·경영학과, 건국대 전자·환경·컴퓨터공학과 등이 이동하면서 다른 동급 대학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할 모집하는 대학(학과)일수록 합격선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므로 지원에 신중해야 한다. 간호학과가 대표적이다. 소신지원자가 많은데다 추가모집이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중앙대는 이번에 적십자간호대학을 인수·통합해서 관련 학과를 가·나군으로 분할 모집한다.

=지난해에 나·다군만 모집하던 대학이 왜 가군을 신설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이에 따라 모집인원도 달라지는데, 그에 맞춰 지원도 달라져야 한다. 백분위와 표준점수 중 어떤 점수가 어떤 대학(학과)에서 효력을 발휘할지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

=백분위를 반영하는 대학엔 백분위가 우수한 수험생들이 몰려든다. 이번 입시 상황에선 백분위 1% 당 4000여명씩 들어있어서 1점만 높여 지원해도 수 천명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부담이 뒤따른다. 즉 백분위는 변별력이 작다는 뜻이다. 백분위 대학에선 변수도 많이 작용해 상향 지원하는 전략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올해는 지원에 있어 대학별 환산점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탐구영역에 있어 표준점수는 1점이 떨어지는데 백분위는 3~4점이 떨어지는 구간이 있다. 대학별 계산으로 환산하면 점수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같은 점수라도 각 대학별로 등수가 달라지므로 담임교사와 유·불리를 판단해야 한다. 12만명의 실채점 자료를 분석한 서울진학지도협의회나 전국진학지도협의회의 상담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간판만 보고 상위권 대학의 낮은 학과에 들어가 복수전공을 하려는 생각을 가진 일부 수험생들이 있다. 하지만 해당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다 학업부담이 커져 계획대로 하기 어렵다. 정보통신, 차라리 향후 발전가능성이 큰 전공을 고르는 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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