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나눔 릴레이] “멋진 사회적기업 레스토랑 만들 날 준비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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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킴(김희태)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나세라’ 총괄 셰프

매달 셋째 주 토요일이면 LA의 스타 셰프들은 다운타운에 모여 홈리스들을 위한 요리봉사를 한다. 2006년 9월, 샘 킴(김희태·34) 셰프도 동료와 함께 봉사에 참여했다. 우연히 쫓아간 그날의 봉사활동이 김 셰프의 요리인생을 뒤바꿔 놓았다.

“그 전까지 최고의 셰프·레스토랑에만 빠져 있었어요. 그런데 봉사 현장에 가보니까 LA의 유명 셰프들이 정말 순수하게 봉사를 하더라고요. 진짜 요리사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김 셰프는 미국 할리우드 키친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베벌리힐스의 일급 레스토랑들에서 부주방장과 수석 셰프로 활동했다. 1인당 30만원 넘는 코스요리를 만들곤 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평생 내 요리를 못 먹어보겠구나”라는 생각에 직장도 옮겼다.

“2008년 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길에서 우연히 ‘행복나눔도시락-결식이웃에게 무료도시락’이라고 써 있는 차를 봤어요. 이름을 외워놨다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행복나눔재단과 ‘SK해피쿠킹스쿨’을 알게 됐죠. 그리고는 제가 먼저 전화를 했어요. 함께하고 싶다고요.”

SK해피쿠킹스쿨 학생들에게 양식 코스요리 특강을 하고 있는 샘 킴 셰프. [사진=SK해피스쿨 제공]

‘SK해피쿠킹스쿨’은 요리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통합적 자립교육을 지원해주는 프로젝트다. 김 셰프는 1기 졸업생들에게 특강을 하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아이들의 멘토를 자청하며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 무렵 국내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나세라’에서 셰프로 일하게 됐고, 드라마 ‘파스타’의 실제모델로 알려지며 유명해졌다. 요즘엔 올리브TV의 ‘쿠킹타임 듀엣’에도 출연하는 등 더욱 바빠졌지만, 해피쿠킹스쿨로 인연을 맺은 아이들에게는 꾸준히 멘토링을 해주고 있다.

김 셰프는 ‘요리는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들에게 강의할 때도 요리기술보다 아이들의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데 집중한다. 음식에는 요리사의 인성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소외계층 아이들과 함께 그 어떤 레스토랑에도 뒤지지 않을 사회적기업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어요. 방송이나 요리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도 모두 나중에 사회적기업을 잘 운영해보고 싶어서예요. 그때가 멀지는 않은 것 같아요.”

양훼영 행복동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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