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MLB 중계권료 폭등 조짐

중앙일보

입력

2001년 국내 팬들이 박찬호(LA 다저스)와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경기를 안방에서 관전하기 위해선 올 해보다 곱절 가까이 증가된 거액의 외화를 지불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98년부터 메이저리그를 독점 중계중인 경인방송(iTV)의 계약기간이 올 시즌 완료됨에 따라 최근 재계약을 희망하는 iTV와 빼앗겼던 중계권을 되찾으려는 중앙 공중파 방송사간에 유치 경쟁이 벌어져 중계권료가 대폭 인상될 조짐이다.

26일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박찬호가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됐던 96년 국내 안방에 처음 실황중계됐던 미국프로야구는 불과 5년만에 중계권료가 10배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96년과 97년 중계방송을 했던 한국방송공사(KBS)는 당시 연간 30만달러를 지불했으나 98년 iTV가 뛰어들면서 100만달러로 치솟았다.

iTV는 지난 해 150만달러를 지불했고 옵션을 통해 계약을 1년 연장한 올해는 무려 300만달러의 중계권료를 송금했다.

내년 중계권료는 국내 방송사들의 경합으로 인해 최소 500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측되는 등 방영 금액이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특히 올 초 케이블방송인 스포츠 채널 30을 인수한 서울방송(SBS)은 내년 시즌이후 박찬호 경기의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iTV와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방송사끼리 경쟁이 불붙자 메이저리그의 해외사업 전담 자회사인 MLBI(Major League Baseball International)의 짐 스몰 부사장은 지난 달 한국을 방문해 특정 방송사와 독점 계약을 맺겠다는 의사만 표시하고 돌아갔다.

방송 관계자는 "일본 NHK로부터 연간 1천200만달러의 중계권료를 받고 있는 메이저리그는 수 년안에 비슷한 금액을 한국에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방송사들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메이저리그를 유치하기 위해 과다경쟁을 벌이는 것은 박찬호 등판경기가 스포츠 중계방송 가운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지역 민영방송인 iTV는 박찬호 경기를 통해 방송사의 위상을 전국에 알린 것은 물론 연간 수십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메이저리그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iTV를 비롯해 일본 NHK와 TBS,Fuji TV, Perfect TV , 대만 Era Sports, 홍콩의 ESPN Star, 호주의 Fox Sports Australia, ESPN 등 9개 방송사와 중계 계약을 맺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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