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홈피 공격 4명 계좌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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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지난 10·26 재·보선 날 중앙선관위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 공모(27)씨와 IT업체 대표 강모(25)씨 등 피의자 4명에 대한 계좌 추적에 5일 착수했다. 특히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온 강씨가 대포폰·통장 등을 만드는 데 능숙한 만큼 차명계좌를 활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9급 수행비서인 공씨가 금전적 지원 등 제3자의 개입 없이 강씨 등에게 디도스 공격을 요청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대가성 거래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민주당 백원우 진상조사위원장은 이날 경찰청을 방문해 “공씨가 10월 25일 밤부터 26일 오전까지 강씨 이외에 다른 사람과도 20여 통의 전화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실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백 위원장은 또 “공씨·강씨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현역 의원의 명함이 나왔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경찰은 “(의원 수행비서인) 공씨 집에서 나왔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 밖에 민주당 조사위원들은 경찰에 ▶압수수색 현장과 압수된 물품 공개 ▶선관위 접속기록 공개 등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선관위 접속기록 등은 영장 없이 공개하지 못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고, 압수물품 등은 수사 진행 중인 사안이라 곤란하다”고 말했다.  

 ◆돈은 안 들었고, 하룻밤 새 가능했을까=공씨와 강씨 등의 디도스 공격에 대해 가장 큰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은 과연 강씨가 아무런 금전적 대가 없이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큰 범행을 저질렀을까 하는 점이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공씨가 디도스 공격을 부탁했을 때 금전적 보상 등에 대해 묻지 않고 그냥 해줬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디도스 공격에 수억원이 든다는 것은 과장”이라며 “해커들이 자기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돈을 조금만 받고 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도스 공격이라는 게 일반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격 자체에 큰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등은 또 이 같은 범행이 하룻밤 새에 이뤄졌다는 점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공씨와 강씨 사이에 평소 연락이 없다가 10월 25일 밤에만 30여 차례 통화했다”며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인터넷 네트워킹 전문가는 “디도스 공격용 좀비PC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면 하루 만에도 공격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격용 컴퓨터를 확보하기 위해 시간이 많을수록 좋다”며 “이 정도 공격이면 좀비PC 확보에 한두 달 정도 걸렸을 것”이라고 봤다.

김경진·김민상 기자

경찰, 3자 개입 있었는지 수사
민주당 “비서, 또다른 통화 20여 통”
금전적 대가, 사전계획 의혹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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