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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홈피 마비 2시간 방치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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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수행비서 공모씨(가운데)가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당내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대응 책임을 맡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야권에선 ‘한나라당 배후설’을 확산시키고 나섰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7월 “영국 노동당의 피터 만델슨과 같은 ‘스핀닥터(정치홍보 전문가)’ 역할을 해달라”며 최 의원을 홍보기획본부장에 임명했다. 이후 최 의원은 김정권 당 사무총장이 단장을 맡은 재·보궐선거 기획위원으로 임명돼 야권의 SNS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우파진영의 파워 블로거·트위터리안 20~30명을 모집해 두어 차례 모임도 했다고 한다. 당시 기획단의 한 의원은 “당 차원에서 최 의원에게 역할을 맡겼던 게 아니라 본인이 홍보기획본부장으로서 SNS 여론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행비서 공모(27)씨가 범행 당일 최 의원실 관계자와 통화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경찰은 공씨의 통화내역 조사에 주력하는 한편 공씨,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강모(25)씨 사이에 금전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한 계좌추적, e-메일 압수수색 등에 나섰다. 민주당 자체 진상조사위원인 이석현 의원은 “디도스 공격은 징역형이라는 굉장한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최소 수억원의 금전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며 “월급 100만~200만원밖에 안 되는 9급 비서가 혼자 벌일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밤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한 뒤 “비록 국회의원 9급 운전기사가 연루된 것이지만 당으로선 국민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홍 대표는 다만 민주당이 이 사건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요구한 것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국정조사 대상이 아니다”며 “앞으로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난 뒤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 최 의원의 ‘출당조치’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최 의원 측은 “공씨가 최 의원을 수행하기 때문에 의원실에서 일정 확인을 위해 하루에도 수차례 통화를 한다”며 “ 공 비서가 영장실질심사에서 선거 전날인 25일 주범 강씨와 30여 차례 통화한 것은 ‘인터넷 도박으로 수십억원 벌었다니 자신이 아는 지인의 투자를 받아달라’는 내용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공씨가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강씨에게 인허가 관련 청탁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정석화 수사실장은 “ 공씨와 강씨가 통화가 이뤄진 10월 25일 오후 11시부터 디도스 공격에 착수한 10월 26일 오전 1시 사이에 모든 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악성코드 생성기가 있어 디도스 공격이 어려운 일이 아니고, 강씨는 과거에도 경쟁업체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한 적이 있 어 치밀한 준비가 필요했던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용식 민주당 인터넷소통위원장은 “선관위가 디도스 공격에 대비해 지난해 6·2지방선거 후 보안장비를 교체했다”며 "KT 등과 우회로를 구축해 둬 길어야 10~20분이면 디도스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었는데 두 시간가량 공격을 받은 데엔 뭔가 석연치 않은 음모가 있다”고 ‘선관위 개입설’도 제기했다. 선관위 측은 “장비가 충분치 않았다”며 "당시 1·2차 공격에도 불구, 즉각 대응에 나서 2시간 만에 복구했다”고 반박했다.

정효식·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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