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부르는 라돈, 겨울 단독주택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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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폐암을 유발하는 라돈이 겨울철 단독주택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는 라돈이 배수구와 콘크리트 벽의 갈라진 틈으로 안방까지 스며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중앙일보와 JTBC ‘탐사코드J’ 팀의 공동 취재 결과 처음 확인됐다. 취재팀이 최근 단독 입수한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의 ‘전국 주택 실내공기 중 라돈 오염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겨울철 단독주택의 라돈 오염도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라돈은 1급 발암물질로 실내공기 중 권고기준은 공기 ㎥당 148 ㏃(베크렐) 이하다.

 지난해 여름부터 올봄까지 1년간 13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단독주택(842가구)의 경우 겨울철에 기준치를 초과하는 비율이 33.3%까지 치솟았다. 10집당 3집꼴로 라돈이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평창군 지역에선 기준치의 10.2배인 1508.7㏃까지 측정되기도 했다. 가을에도 초과비율이 25.7%나 돼 적지 않은 위험성을 드러냈다. 반면 여름엔 1.4%로 낮았다. 아파트(212가구)와 연립·다세대주택(246가구)은 계절별 초과율이 0~5.4%에 불과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서수연 연구사는 “라돈은 땅속에서 스며나와 실내로 들어온다”며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땅표면에 가깝고 겨울철에는 환기를 자주하지 않아 오염이 심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연간 2만1000명 정도가 라돈으로 인한 폐암에 걸려 사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라돈 피해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동네 집 절반이 기준치 초과=영동고속도로 장평IC에서 남쪽으로 10㎞ 정도 떨어져 있는 강원도 평창군의 한 마을. 해발 500m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청정지역이지만 환경부 조사에선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라돈이 땅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방사능이기 때문이다.

 취재팀이 연세대 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이 마을 20가구의 라돈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절반인 10가구가 기준치를 넘어섰다. 기준치가 넘는 집에 살고 있는 이모(80)씨는 실제로 폐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다. 주민들은 “폐암으로 사망한 주민도 있다”며 “다른 폐 질환을 앓는 사람은 흔하다”고 말했다.

 단국대 하미나(예방의학) 교수는 “라돈 오염도가 100㏃ 높아질 때마다 폐암 역시 11%씩 증가한다”고 밝혔다. 연세대 조승연(환경공학과) 교수는 “환기를 자주하고, 벽과 바닥의 갈라진 틈을 밀봉하면 어느 정도 오염도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환경부 주대영 생활환경과장은 “이번 겨울 전국 1만 가구를 대상으로 라돈 오염도를 조사해 라돈 분포지도를 작성할 계획”이라 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박성훈 JTBC 기자

◆라돈(radon)=호흡을 통해 사람의 폐에 들어와 방사선을 방출, 폐암을 일으키는 물질. 기준치의 5배(740 Bq/㎥)에 이르는 라돈에 노출되면 비흡연자라도 1000명당 36명꼴로 폐암에 걸린다는 보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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