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두 번 인상 … 기업은 전기료 폭탄 맞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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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왼쪽 다섯째)이 2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를 방문해 동절기 전력 수급 위기 대응 모의훈련을 참관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똑똑한 소비. 지식경제부가 2일 전기 요금을 올리고, 요금 체계를 조정하면서 초점을 맞춘 목표다. 에너지 소비 효율화는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원가의 90%에도 못 미치는 요금으로 한국전력의 적자(2조3000억원)가 쌓여가는 것도 부담이다. 그러나 전력 수요를 이른 아침이나 주말로 돌리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원자재 값이 많이 올라 기업은 요금 인상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날 지경부 전력난 대책의 골자는 수요 분산이다. 우선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 대상이 확대된다. 피크 요금제 대상인 기업은 오전 10시 이전이나 해가 있는 시간대(낮 12시~오후 5시)에 작업 집중도를 높여야만 요금 부담을 덜 수 있다. 오전 9시 이전의 전기 요금은 오전 10시~낮 12시 요금보다 60% 싸다. 지역적인 수요 분산은 수도권 데이터센터(IDC)에 대한 요금 특례를 없애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지경부는 또 7000여 개 업체와 피크 시간대 전력 소비 10% 감축 협약을 하고, 제대로 지키지 않는 기업 명단을 공개할 방침이다. 대신 전력 소비가 많은 작업을 토요일로 돌리면 요금을 30% 깎아주기로 했다.

 이 같은 대책은 올겨울 전력 수급에 대한 위기감에서 나왔다. 이대로 두면 내년 1월 둘째, 셋째 주의 예비 전력은 50만㎾ 수준으로 떨어진다. 예비전력이 400만㎾ 밑으로만 가도 ‘위기’로 판단한다. 이에 따른 지경부의 조치는 오일쇼크(1973~74년, 78~80년) 때 대책에 준하는 수준이다. 한 해 두 번 요금을 올린 것은 오일쇼크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8월 인상을 감안하면 올해 전기 요금은 평균 9.6% 오른다. 이로써 전기 요금은 원가의 87% 수준에서 90.7%로 높아진다. 정재훈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내년에도 (요금 현실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이미 단속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동 사옥 등 사무실 난방 온도를 낮추고, LG전자 창원 공장은 소각장에서 나오는 폐열 스팀을 난방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요금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을 상쇄하긴 어렵다. 이날 지경부에는 “너무한다”는 기업 관계자의 불만 전화가 적잖이 걸려왔다. 전기 요금을 깎아준다고, 노는 날인 토요일에 근로자를 불러낼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인상으로 삼성전자는 연간 470억원, 포스코는 연간 170억원의 요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 매출이 줄어든 상태인데 또 타격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6.5%)을 확 올린 데는 전력난과 함께 대기업 책임을 강조하는 최근의 공생발전 분위기도 한몫했다. 갑작스러운 인상에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느낄 중소기업용은 대기업에 비해 덜 올렸다. 원가 대비 요금(32.8%)이 가장 낮은 농업용은 손대지 않았다. 지경부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여파를 감안했다”고 말했다. 주택용 요금도 동결해 소비자 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도 피했다. 그러나 기업의 원가 부담은 6개월 정도 후 소비자물가에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지경부는 “제조업 원가 중 전력비 비중은 1.17%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김영훈·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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