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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당 의원 비서가 선관위 홈피 공격하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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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던 날 오전에 2시간17분가량 중앙선거관리위 홈페이지(홈피)가 먹통이 됐다. 분산서비스공격(디도스)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유권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투표소 위치나 후보자 정보, 투표율 현황 등을 알기 위해 홈피에 들어간 유권자들은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어 답답해했다. 집 바깥에 있던 어떤 이들은 투표를 포기해야 했다. 투표소 위치를 검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자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선관위가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거나, “선관위는 특정 후보 선관위”라는 주장이 트위터 등을 통해 전파됐다. 이런 오해 때문에 선관위의 신뢰도는 잠시 떨어지기도 했다.

 선관위에 사이버 테러를 가한 범인은 한나라당의 국회의원 비서인 걸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와 선관위의 공정한 선거관리를 방해하려 했던 자가 여당 의원 비서라니 참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경찰이 범인으로 지목한 공모씨는 홈피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지인 강모씨 등에게 선관위 홈피를 마비시키라고 주문했고, 강씨 등은 200여 대의 좀비 PC를 동원해 초당 263MB 용량의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디도스 공격을 가했다.

 이들은 선관위 홈피를 공격하면 젊은 층의 투표율을 떨어뜨릴 수 있고, 한나라당 후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 사이버 테러를 했을 걸로 짐작된다. 그들의 의도가 무엇이든 선관위 홈피에 대한 디도스 공격은 투표를 방해하는 행위이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이기에 용납할 수 없다. 경찰은 철저한 수사로 한 줌의 의혹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씨를 고용했던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이나 한나라당이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명명백백하게 규명해야 한다. 민주당이 “한나라당 차원에서 이뤄진 조직적 범죄”라며 국회 국정조사를 하자고 요구하는 상황인 만큼 어떤 궁금증도 남기지 않도록 수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선관위는 앞으로 전산시스템에 대한 보안체계를 대폭 강화해 다시는 허점을 보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유언비어를 생산하고 전파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