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쌀국숫집, 국순당 주점, 삼양 라면집 차려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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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농심’에서 차린 쌀국숫집, ‘국순당’에서 선보인 주점…. 최근 대형 식품·유통업체들이 앞다퉈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제조업체의 먹거리 개발 노하우를 살려 외식 시장까지 사로잡겠다는 포부다. 이는 예비 창업자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본사 재정이 탄탄하고, 식재료·부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 홍보를 하지 않고 기존 브랜드 파워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식품업체가 만든 프랜차이즈는 중간 유통단계가 줄어 창업자의 마진율을 높일 수 있다”며 “다만 식품업체라 하더라도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경쟁력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기환 기자

김성숙 보스바비큐 경기도 남양주 가운동점 대표(사진)가 손님들에게 바비큐를 서비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육가공업체로 시작한 본사에서 가공한 식재료를 공급받기 때문에 조리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식품업체들은 수십 년 동안 각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프랜차이즈에 뛰어들고 있다. 라면업체는 면 요리 전문점에, 육가공업체는 바비큐 전문점에 진출하는 식이다.

 농심은 최근 쌀국수전문점 ‘뚝배기집’(www.dookbaeki.co.kr) 사업을 시작했다. 면 제품을 제조·유통한 노하우를 살렸다. 서민 음식의 대표 격인 라면뿐 아니라 웰빙 트렌드 아이템인 ‘쌀국수’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정근 뚝배기집 상무는 “가맹 사업을 하기 1년 전부터 직영점을 운영하며 외식 노하우를 쌓고 개선점을 점검했다”며 “예비 창업자를 위해 기초 교육 5일, 주방 교육 1주일, 홀서빙 교육 4일, 관리자 교육 2주를 비롯한 맞춤형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농심은 일본식 카레 전문점 ‘코코이찌방야’도 운영하고 있다.

 육가공·유통 업체 ㈜대대푸드원은 숯불바비큐 전문점 ‘보스바비큐’(www.ddf.co.kr)를 운영한다. 조동민 대대푸드원 대표는 “닭고기를 음식점에 공급하다가 편리한 조리법을 개발해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에 직접 나섰다”며 “육가공 업체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식재료를 빠르게 생산·가공·유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보스바비큐는 바비큐 요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이른바 ‘쿡리스(cookless)’ 시스템을 도입했다. 반쯤 조리한 바비큐 요리를 소스와 함께 용기에 포장해 가맹점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가맹점에선 5분 내에 모든 메뉴를 만들 수 있다. 김성숙 보스바비큐 경기도 남양주 가운동점 대표는 “본사가 1986년부터 식재료를 공급한 회사라 믿고 창업했다”며 “가맹점은 식재료를 시중 유통가보다 5~10% 더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의 육가공 브랜드 ‘목우촌’(www.moguchon.co.kr)은 한우 전문점 ‘웰빙마을’, 바비큐 요리 전문점 ‘바비큐마을’, 치킨 전문점 ‘또래오래’ 등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오장록 웰빙마을 경기도 안양 평촌점 대표는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농협에서 직접 식재료를 공급받는 것이 장점”이라며 “생산이력추적시스템과 DNA검사 시스템으로 관리한 1+등급 한우와 A등급 암퇘지만 공급받는다”고 했다. 웰빙마을 관계자는 “농협은 수익보다 한우 소비 촉진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유통 마진을 적게 뗀다”며 “일반 한우 전문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쇠고기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주 제조업체 국순당은 지금까지 직영점만 운영해온 전통 주점 브랜드 ‘우리술상’(www.soolsang.com)의 가맹점을 모집한다. 이 회사는 우리술상에 기존 자사 제품뿐 아니라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복원술(고려·조선시대 문헌에만 남아있는 6종의 전통주)과 효모가 살아있는 ‘생백세주’를 공급한다. 국순당 관계자는 “자사 제품을 자체 유통망을 통해 판매한다는 데 의의를 둔다”며 “가맹점주에겐 월 30만원의 프랜차이즈 비용만 받는다”고 말했다.

 ‘삼양라면’으로 유명한 삼양식품은 지난해 면 요리 전문점 ‘호면당’(www.homyeondang.com)을 인수해 외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원주 식품연구소에서 개발한 흰색 국물의 면 요리를 호면당에서 먼저 출시하기도 했다. 이 제품이 바로 ‘나가사끼 짬뽕’이다. 삼양 관계자는 “호면당을 신제품 개발의 테스트마켓으로 삼아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호면당과 가격대를 차별화한 자매 브랜드 ‘호면&반’도 론칭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9개 직영점만을 운영 중이나 조만간 가맹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브랜드 잘 고르려면=식품 브랜드 프랜차이즈로 창업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강병오 대표는 “본사에서 가공한 식재료를 공급받기 때문에 주방장이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신제품 연구개발(R&D)도 본사 연구소의 힘을 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 시스템이 탄탄해 원재료 가격 급등에 따른 충격이 덜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주의할 점도 있다. 제조업체가 제품 경쟁력만 믿고 프랜차이즈업에 뛰어들었다가 문을 닫은 경우도 있다. 제품을 만들어 점포에 공급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손님에게 ‘서비스’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점포 입지를 선정하는 데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가맹점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관리제도는 운영하는지, 교육 시스템은 잘 갖췄는지 따져보고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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