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정서과 한(恨)을 담은 서사 무협물〈와호장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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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호장룡〉에는 네 명의 남녀가 등장한다. 무당파의 마지막 무사 리무바이(주윤발)는 평생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간직한 채 수련(양자경)을 사랑하고, 가문을 위해 정략결혼을 앞둔 귀족의 딸 용(장지이)은 언젠가 사막 한 가운데서 자신의 일행을 강탈했던 마적단 두목 호(장진)을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20세기 초 출간된 '왕두루'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와호장룡〉은 단순 오락을 위한 기존 무협영화와 성격을 달리한다. 19세기 초 중국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대륙적인 정서과 한(恨)을 담은 스펙터클 서사 무협물이라고나 할까.

〈결혼피로연〉〈센스 앤 센서빌리티〉 등의 영화로 할리우드에서 인정받은 대만출신의 이안 감독은 6년만에 중국어 작품〈와호장룡〉을 내놓았다.

영화는 등장하는 인물간의 운명과 사랑을 통해 영웅이 갖추어야 할 용기와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와호장룡(臥虎藏龍)〉은 "영웅과 전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라는 의미의 고대 중국인들의 속담으로 이와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이 영화의 미덕은 영화가 품고 있는 광활하게 펼쳐진 중국 대륙의 남성적대기, 춤추듯 하늘을 날고 검을 쫓아 물 속으로 다이빙하는 환상적인 무협 액션의 스타일이다. 실제로 "어린 시절 무협영화와 무협지를 통해 상상력을 키워왔다"고 말하는 이안 감독은 스스로의 꿈과 환상 속에 존재했던 전설 속의 중국을 티벳 한복판에 고스란히 재현했고, 무술감독은〈매트릭스〉로 전 세계 액션 매니아들을 열광시킨 원화평이 맡았다.

〈와호장룡〉은 올해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출품되어 평론가들의 찬사를 들었다.

귀족의 딸 용으로 출연한 장지이는〈와호장룡〉이 그녀의 두번째 출연작으로 우리 영화〈무사〉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8월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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