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터넷엔 이색 커뮤니티 '만발'

중앙일보

입력

"어제 번개를 했습니다. 남친(남자친구)
군대 간지 한달두 되지 안았는데. 번개한 사람이 프로포즈를 하더군여. 만난 지 3시간만에"

"홍홍. 저두 한 번 그런 적이 있어여. 얘기할 사람이 필요했어여. 넘 외롭구 지쳐서. 남친이 더 보구싶어지기만 하던 걸여…"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성들이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 '짬빱 같이 먹기'(http://cafe.daum.net/uk)에 올라있는 글이다.

오프라인이라면 생각하기 힘든 특이한 모임들이 사이버 공간에 진을 치고 있다.

'짬빱같이먹기'에는 이런 고민을 담은 글 외에도 애인 괴롭히는 고참 두들겨 패는 게임(양손 훅으로도 분이 안풀리면 나중엔 몽둥이까지 쥐어준다)
, 정보와 차단된 애인에게 신문지라도 한 장 넣어서 보내면 감동할 거라는 멋진 편지 쓰는 법, 심지어 각 부대마크까지 올라와 있다. 지난 5월에 문을 연 이 커뮤니티는 회원수만도 1074명.

오프라인이라면 얼굴 들어내놓고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은 '신용불량자들의 모임'(http://www.freechal.com/top.asp?url=blacklist&grpid)도 열기가 만만치 않다.

5백만 신용불량거래자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이 사이트에는 우선 신용불량거래자들의 하소연이 가장 많다. 삐삐값 연체했다고 등록된 사람부터 왜 신용불량자가 됐는지 이유도 몰랐다는 사람까지 사연도 다양하다.

속내를 실컷 드러내고 난 인사도 남다르다. "담번 복날엔 카드로 닭 한마리 드시길."

이밖에도 신분확인이 필요없는 핸드폰, 효과적인 채무변제 방법, 파산절차 등 신용불량자에 필요한 알짜(?)
정보는 물론 신용불량자를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에 대한 논쟁까지 다루고 있다. 이들은 '신용불량자는 양심불량자가 아니다'라는 모토로 시민단체와 연계, 금융정책의 수정·보안점을 찾는 데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처럼 다양한 커뮤니티가 늘어가는 데 대해 문화평론가 황호덕씨는 "사이버 공간의 특색은 광범성과 무차별성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블록화와 대사회적 분리 효과에 있다"고 평가했다.

또 "소외를 두려워하면서도 오프라인으로부터 자발적으로 소외되고 그 소외된 자들 간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사회적 소외를 보상받고자한다"며 현대인의 소외에 대한 이중적 심리를 지적했다.

연상의 여인·연하의 남자 이야기 '연상연하', 여군이 되고 싶은 사람들 '여군이 되고 싶다', 진정한 공익요원이고자 하는 이들의 마당 '참공익', 고등학교 때 반장했던 애들 다 모여 부반장들도 따라와 '내가 반장이었던 그 시절' 모두들 회원 100명이 넘는 쟁쟁한 모임들이다.

그렇다면 3go4mo는? 삼각관계로 고민하는 사람의 모임 '삼고사모'(http://club.netian.com/@3go4mo) 다.

Joins.com 이범준 기자<weiv@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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