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민의 부자 탐구 <11> 부자의 투자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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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 교수

‘투자!’ 부자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단어다. 주식·부동산·펀드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투자의 방법은 많다. 심지어 로또복권을 사는 것도 재미 겸 투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부자는 특별히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남다른 투자 방법을 갖고 있을까? 투자 방법에는 차이가 없지만, 부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투자 심리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바로 ‘위험’을 수용하는 방식의 차이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과 같은 심리학자는 투자와 관련된 인간심리로 ‘잠재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대한 관심보다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손실을 더 싫어한다’는 ‘손실 회피심리’를 언급했다. 부자가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손실 회피심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부자가 되는 사람의 심리는 손실에 대한 위험을 기꺼이 지려는 쪽이다. 손실 회피심리가 아주 강한 사람은 부자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투자와 관련된 많은 약속들, 예를 들면 ‘절대 망할 염려가 없다’ ‘확실하게 수익을 보장한다’ 등과 같은 말은 이들을 유혹한다. 모두 과장 광고이거나 사기성 약속들이다.

 부자가 되는 사람은 스스로 투자와 관련된 잠재적 위험을 회피하지 않고 감수하려 한다. 손실이나 위험 수용의 태도가 그들을 부자로 만든다. 하지만 부자의 이런 심리는 정작 어느 정도 부자가 된 다음에는 바뀐다. 계속 부를 축적하려는 마음은 같지만, 부를 늘리려는 방식은 다르다. 손실에 대한 위험을 절대 지지 않으려 한다. 부자들이 현금자산이나 금 또는 상가·빌딩 등과 같은 투자방법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혹은 원금 까먹을 염려 없이 수익을 최대로 높이고 싶은 마음에 사기성 약속에 현혹되기도 한다. 엉뚱한 사람들에게 꼬여 재벌 회장님들이 투자에 실패했다는 게 그런 사례다.

 과거 몽골 사막 초원을 호령하다가 유럽과 아시아 전체를 정복한 칭기즈칸은 후손들에게 이렇게 경고했다. “성을 쌓고 정착하게 되면 결국 망하게 될 것이다.” 자신을 부자로 만든, 남과 다른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멈추고 현실에 안주하는 부자들에 대한 경고로 들린다. 원금 보장 중심의 단순 자산관리 방식에 점점 더 관심을 둘 때, 부자는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부자에게 적용되는 손실회피 심리의 역설이다.

 “저금리 시대, 한국인 투자심리 ‘공격’보다 ‘안정’, 10명 중 7명 이상이 저위험, 안정형 금융상품 선호.”

 2011년 초 하나HSBC생명이 아시아 7개국의 투자 성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도한 언론 기사 제목이다.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한국인은 높은 수익률의 공격적 성향의 금융상품보다 원금보장상품(49%)과 저위험 투자상품(27%)을 가장 선호했다. 고위험 투자상품에 관심을 둔다는 응답은 5%에 불과했다. 장기 재무계획을 세울 때 가장 고려하는 위협 요소로 ‘시장에 대한 불확신과 자금 손실의 두려움’(63%), ‘수익률이 좋은 투자 수단의 부족’(46%) 등을 꼽았다.

 이 조사를 진행한 은행 담당자는 이 결과를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형성된 시장 변동성과 공격투자형 금융상품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저금리 시대에도 원금보장 중심의 투자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부자의 심리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정작 부자의 투자행태를 엉뚱하게 해석한 소리로 들린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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