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깅그리치 … 오바마 대항마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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깅그리치

2012년 11월 미국 차기 대선을 1년 앞두고 공화당의 뉴트 깅그리치(Newt Gingrich·68) 전 하원의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과 맞붙을 공화당 대항마로서의 존재감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분위기다. 밋 롬니(Mitt Romney)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게서 릭 페리(Rick Perry) 텍사스 주지사로, 다시 허먼 케인(Herman Cain) 전 피자회사 최고경영자(CEO)로 옮아갔던 미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관심이 이번엔 깅그리치에게 쏠리는 양상이다.

 뉴햄프셔주 최대 신문인 ‘더 유니언 리더’는 27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차기 대통령으로 깅그리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미국에는 단순히 오바마를 교체하는 것만이 아니라 개혁적이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과 긍정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깅그리치가 이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뉴햄프셔주는 아이오와주와 함께 내년 1월 초 공화당 예비선거를 실시하는 지역으로, 선거 초반 판세 장악에 매우 중요하다. 깅그리치가 이 지역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롬니를 따돌리고 영향력이 높은 언론의 공개 지지를 얻어 냄으로써 상황은 더 흥미롭게 됐다. 깅그리치 선거진영은 “향후 경선 과정에서 보수진영 선두 주자로서의 입지를 더 굳게 하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 신문은 2008년 대선 당시 공화당 존 매케인(John McCain) 후보를 지지했었다. 깅그리치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올여름 대선 출마 선언 직후 3개월여 동안 깅그리치 선거캠프의 정치자금 실적은 형편없었다. 내부 분열로 베테랑 참모들이 대거 캠프를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10월 한 달에만 100만 달러 이상의 모금에 성공했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등 경선이 일찍 시작되는 5개 주에 선거사무실을 추가로 내기로 했다. 깅그리치는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3월이면 공화당 경선은 나와 롬니 간 일대일 경쟁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깅그리치 돌풍에 대해 미 정치분석가들 사이에선 예측 가능했던 일이라는 시각과 뜻밖이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깅그리치라는 인물이 그만큼 정치적으로 두터운 저력과 치명적인 약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조지아주의 초급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던 깅그리치는 1979년 미 연방 하원에 입성했다. 민주당 빌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 집권 시절인 94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전통적인 가치를 중시한 ‘미국과의 계약(Contract with America)’이라는 일종의 공약집을 내걸어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듬해 그는 52세의 나이로 미 국가 서열 3위의 하원의장에 취임했고, 정통 보수층을 대변하는 얼굴이 됐다. 폭넓은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진행된 공화당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 줬다는 평가가 많다.

 깅그리치의 최대 약점은 두 번에 걸친 이혼과 세 번에 걸친 결혼이다. 깅그리치는 62년 19세의 나이에 26세 고등학교 여선생님이던 배틀리와 처음 결혼했다. 80년 깅그리치는 새 여자를 만나면서 배틀리와 이혼했다. 당시 배틀리는 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특히 깅그리치가 병상의 배틀리를 찾아가 이혼서류에 서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깅그리치의 아버지는 한국전 참전용사다. 깅그리치는 지난해 5월 워싱턴의 한국전 기념행사장에서 본지와 만나 “아버지가 한국전 참전용사여서 더욱 감회가 깊다. 한국군과 미군의 용기가 북한의 야욕을 막고, 오늘날 한국의 번영과 안전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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