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호의 마켓뷰] 매수·매도 공방 속 균형 깨질 내년 1분기 기회올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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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조정의 연장선에서 12월 증시를 바라보고 있다. 증시 저평가에 따른 상승보다는 곧 도래하는 유로존 위험 확산에 의한 조정에 무게를 두고 싶다.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르려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좀 더 줄어야 한다.

 물론 간헐적 반등 시도가 뒤따를 수 있다. 미국 쇼핑시즌에 대한 기대와 이번 주 예정된 미·유럽연합(EU) 회담, 그리고 EU 재무장관회의가 이에 해당한다. 쇼핑시즌의 소매매출은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11월 미국의 고용지표도 개선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로존 국채 금리 급등 위험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의 공조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30일 발표되는 미 베이지북의 경제판단부터 12월 초 ISM 제조업지수로 연결되는 경제지표 발표 때까지는 증시 흐름이 우호적일 것으로 보인다. 반등 과정에서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부채 해결을 위한 유동성 보강 시나리오, 즉 세계 정책 공조의 밑그림이 그려지기에는 아직 상황이 무르익지 않았다.

 아직 매도와 매수 모두 승자를 알 수 없는 진지(陣地)전을 벌이고 있다. 결국 균형은 깨질 것이고 승자가 나타난다. 비슷한 논리로 변화와 불균형이 선행되지 않으면 큰 투자기회는 아니다. 당분간 유로존 위험에 따른 인한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지만 이후 그림은 나쁘지 않다.

 2012년 1분기 내에 이러한 기회가 올 것이다. 세 가지 변화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첫째, 유로존 위험 완화를 위해 주요 20개국(G20) 내에서의 IMF의 역할론이 힘을 얻고 있다. G7만으로 유로존 위기를 막아낼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은 신흥 국가가 자국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G20이야말로 글로벌 이슈를 풀어낼 해법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IMF예산 증액 등을 통한 위상 강화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둘째, 중국의 경기부양 입장 변화다. 내년에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둔화가 확인되면 정책당국도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내년 4월, 1분기 GDP를 발표하기에 앞서 중국은 미리 지준율 인하 등을 통해 중국의 성장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경제지표 개선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의 미세한 반전이 먼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주택가격의 반등이라는 더 극적인 반전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07년 어느 누구도 주택가격의 급락을 예상치 못했다. 지금은 그 반대다. 주택가격이 더 하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라면, 오히려 가격 반전의 시기가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조정 후 상승’보다 ‘확인 후 접근’이 필요한 구간이다. 아직 변화는 출현하지 않았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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