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부’는 결코 죽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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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투자자들은 이제 부.컴이라고 하면 ‘파산’을 떠올린다. 그러나 패션몰.컴(fashionmall.com)의 최고경영자 벤 너래신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부.컴이 문을 닫자마자 부.컴 브랜드를 전격 인수했다. 그 뒤 그는 비행기를 잡아타고 뉴욕에서 런던으로 날아가 며칠 동안 밤을 새우며 부.컴 사무실에서 남은 것들중 쓸 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 7일 오후 피로로 ‘거의 혼수상태’가 되었을 때 그는 마침내 금맥을 발견했다. 우연히 그곳에 들른 부.컴의 디자인 담당자가 “‘부 2.0’에 대해 뭔가를 언급했다”고 너래신은 말했다.

그것이 바로 부.컴이 환생할 수 있는 열쇠다. 현재로선 원스톱 글로벌 의상 인터넷 판매를 기획했던 부.컴의 원래 꿈은 거의 사라졌거나 지연된 상태다. 다양한 문화권에 배송은 물론이고 사이즈와 색상·기호 등을 맞춰야 하는 어려움 때문이다. 소매 분석가들은 온라인 쇼핑의 가까운 미래를 오프라인 기업의 온라인 사업으로 본다. 너래신이 지향하는 방향도 바로 그쪽이다.

그의 계획은 부.컴을 패션몰처럼 공급자와 고객을 직접 연결시키는 포털 사이트로 부활시키는 것이다. ‘부 2.0’은 그런 연결을 특유의 스타일과 그래픽으로 가능하게 해줄 소프트웨어다.

포털이 되면 부.컴은 고객의 주문을 직접 처리하는 잡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너래신은 새로운 ‘미스 부’(부.컴의 사이버 캐릭터)를 ‘국경을 초월해 멋진 상품을 찾아주는 탐색가’로 만들 생각이다. 그는 미스 부를 유행에 민감하며 부유한 젊은층을 위한 스타일 코디네이터로 본다.

너래신은 “나는 이 과정을 불사조의 비상과 몰락, 그리고 또 다른 비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18개국의 세금과 가격을 9개 언어로 계산할 수 있는 부.컴의 사무지원 기술을 37만5천 달러에 사들인 영국 회사 브라이트 스테이션도 자신들이 진짜 알맹이를 차지했다고 믿는다. 아직은 누가 더 나은 거래를 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많은 분석가들은 부.컴의 브랜드 가치에 대해 회의적이다.

가트너 그룹의 온라인 유통 수석 분석가인 에비 블랙 다이크머는 “이미 상품가치가 떨어진 브랜드를 패션몰이 인수했다”고 말했다. 너래신은 과잉지출 때문에 부.컴이 실패한 것을 인정하지만 “그렇게 돈을 썼기 때문에 브랜드 개발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의 ‘오만함과 엘리트주의’가 매력의 일부라는 주장이다.

패션몰의 검소한 뉴욕 사무실은 이제 런던에서 가져온 부.컴의 화려한 이미지로 재단장하고 있다. 또 근처의 ‘부 룸’에는 부.컴 스타일을 상징할 만한 모델들의 사진들이 잔뜩 붙어 있다. 너래신은 “부.컴의 스타일에 맞는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이곳에 데려온다. 그런 사람들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고객을 찾는 일은 그보다 쉬울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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