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을 위해 건강한 성(性)을 알리겠다.” 지난 20일 대한성학회 5대 회장에 취임한 박남철(55) 부산대병원장(비뇨기과). 취임 소감은 짧지만 국내 성 문제와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박남철 회장은 “건강한 성은 절제된 성”이라며 “도덕적으로 비난받는 성문제는 성을 절제하지 못해 발생한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불법 성매매·성폭력·임신중절·동성연애·장애인의 성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박 회장은 2년 임기 동안 성문제 예방과 성 인식 제고에 힘쓸 계획이다. 특히 성문제가 터진 후 봉합하는 사후약방문식 대처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대한성학회는 이미 이를 위한 시스템을 가동했다. 박 회장은 “성 교육자·상담자·치료 전문가 등 세 분야의 인증제도를 시작해 올해 28명의 전문가를 배출했다”며 “학교·단체 등 사회 각계에서 성에 대한 지식을 알리고 인식을 전환하는 활동을 펼친다”고 설명했다.
대한성학회 1200여 명 회원의 전문 분야는 다양하다. 비뇨기과 의사·산부인과 의사·심리학자·사회복지사·간호사·성 교육자·양호교사·체육교사·문학가·예술가·법률가·철학자….
-회원의 활동 분야가 사회 전체를 아우른다.
“성을 의학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반쪽짜리 접근이다. 성문제는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시각이 보태져야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고 건강한 성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의 성에 대한 논의는 활발한 것 같다. 국민의 인식은 어떤가.
“우리나라 역사에서 훌륭한 성학 스승을 찾기 힘들다. 오늘날 왜곡된 성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내가 의대에 다닐 때도 비뇨기과 교과서에 성의학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남성이 발기가 안 된다고 하면 정신과로 보냈다. 최근에는 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고 의견 표출도 자유롭다. 동성애 커밍아웃만 봐도 그렇다. 성 정보에 대한 수용성도 높다. 논의의 장만 마련되면 성문제를 슬기롭게 풀 수 있다.”
박 회장은 고령사회에 접어든 국내에서 노인의 성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인간은 남성호르몬이 뚝 떨어지고, 폐경이 와도 섹스를 하는 유일한 동물”이라며 “현재 고령자는 성교육을 받을 기회가 부족했다. 매독·임질 등 성 전파성 질환의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박 회장은 노인의 성과 관련 유통기업에도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개발로 남성 고령자의 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 하지만 여성 고령자의 신체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마트의 계산대 옆에서 껌만 팔게 아니라 미국처럼 성생활을 위한 윤활제도 비치하면 좋겠다.”
박 회장은 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활발해지는데 정작 개인이 성 고민을 털어 놓을 장치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성인의 성 인식을 조사한 연구 결과가 있다. 대한민국 성인의 98%가 성생활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성문제가 있을 때 전문가를 찾은 비율은 2%에 그쳤다.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황운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