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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에 울려퍼진 ‘아빠들의 합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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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광주아버지합창단이 26일 광주소년원 강당에서 원생들에게 노래를 불러 주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호남대 응원 동아리인 DRP도 찬조 출연했다. [프리랜서 오종찬]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로에는 고룡정보산업학교가 있다. 비행을 저질러 법원으로부터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을 돌보면서 교육하는 게 일반 학교와 다르다. 보호처분을 할지, 귀가조치를 할지 분류심사를 하기 전의 소년·소녀도 법원으로부터 위탁 받아 데리고 있다. 광주소년원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현재는 보호처분 소년 187명과 위탁 소년·소녀 39명이 생활하고 있다. 한봉철(59) 광주소년원장은 “보호처분 소년들 가운데 교과보다는 기술을 배우기 원하는 아이들을 모아 직업훈련교육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광주소년원 강당.

한세준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중년 남성들의 합창이 이어졌다. ‘평화의 기도’ ‘축복하노라’ ‘주는 나의 피난처’ 등등. 처음엔 무표정했던 ‘아들·조카 뻘’의 청중들이 점차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이 열리는지 목을 빼 무대를 쳐다보고 얼굴에 미소도 띠었다. 시간이 흐르자 일부는 노래 리듬에 맞춰 고개나 몸을 흔들기도 했다.

 소년원생들도 무대에 섰다. 자동화용접반·자동차정비반·건축환경설비반·중장비운전반 등 4개 반의 대표들이 노래 솜씨를 자랑했다.

 또 호남대 응원 동아리인 DRP (Dream Romance Passion, 단장 박동훈·다매체연극영상학과 2년·25)이 찬조 출연, 흥을 돋웠다. 형·누나 뻘의 8명이 역동적인 동작으로 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 소년원을 찾아 약 2시간 동안 ‘사랑 나눔 아름다운 음악회’를 연 사람들은 광주아버지합창단. 단원 30명이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합창했다. 독창·중창 외에 섹소폰 연주도 선보였다.

 소년원생들은 이날 입도 즐거웠다. 아버지합창단이 피자 70판과 과자·음료를 준비해 갔다. 또 파리바게트 두암타운점의 장진규(52) 대표가 빵 500개를 선물했다.

 광주아버지합창단의 한세준(62·조선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단장은 “ ‘아버지합창단’이라는 이름이 부끄럽게 이제야 소년원생들을 찾아 노래했다”며 “아이들의 합창단 구성과 연습을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합창단은 1998년 창단 후 해마다 정기 연주회를 여는가 하면 각종 합창제에 참석하고 불우 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 환자 등을 찾아가 공연하고 있다.

 이날 광주소년원 행사에는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특별보좌관이 참석, 원생들과 아버지합창단을 격려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퇴임 후 서울소년원생들에게 연극을 가르치는 등 소년원생들을 위한 활동에 힘쓰고 있다.

글=이해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광주아버지합창단=현재 활동하는 단원은 33명. 직업이 자영업자·회사원·교사·사업가·의사·화가 등 다양하다. 32세부터 63세까지 연령층도 두텁다. 지휘는 광주교육대 음악과 실기지도교수이며, KBS 광주어린이합창단 지휘자인 윤원중씨가 맡고 있다. 2011 가족사랑 음악축제를 29일 오후 7시30분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연다. 문의 010-4847-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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