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상·부산진여상·서울공고 학교 이름 자체가 ‘브랜드 파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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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찾은 서울 청룡동 서울여자상업고교 교무실 앞 복도 벽면은 시중은행이나 금융감독원 등에 진출한 선배 졸업생들에 관한 신문기사 액자로 가득했다. 역대 시중은행 여성 지점장 200여 명 중 80여 명이 이 학교 출신이다. 서울여상은 올해도 금융권 48명을 비롯한 131명의 취업이 확정됐다. 졸업예정자 245명의 51%, 취업희망자 172명의 76.2%에 달한다. 전통 명문 여성 실업계고로서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학교 입학생의 중학 성 적 평균은 2007년 상위 22%에서 올해 16%로 상승 추세다. 산업은행에 합격한 졸업반 이소영(18)양은 “대학 가라는 부모님 뜻을 거스르긴 했지만 이제는 친척들도 주변에 제 자랑을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취업 명문 서울여상이 있다면 부산에는 부산진여상이 있다. 부산진여상은 올해 금융권 29명, 대기업 22명을 비롯해 139명의 취업이 확정됐다. 졸업 예정자 239명 중 취업을 희망하는 178명의 78%에 해당한다. 부산 지역 특성화고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이 학교에는 보통 졸업 예정자의 두 배가 넘는 500여 건의 취업의뢰가 온다. 취업담당인 전대영 부장교사는 “무턱대고 대학 졸업장 따는 풍토를 재고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공업고는 올해 졸업예정자 가운데 43%인 235명이 취업했다. 취업 희망자의 92%에 달한다. 서울지역 공고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이 학교의 졸업생 대비 취업률도 2009년 12.9%, 2010년 35.4%로 빠르게 늘고 있다. 취업담당인 조승호 부장교사는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졸업생이 늘자 입학생의 자원도 좋아지고 대학 대신 직장을 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명문고들의 공통점은 우수학생이 많다는 것 외에 기업 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교육’이다. 서울여상은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의견에 따라 무역영어와 PC 엑셀 프로그램 수업시간을 늘렸다. 무역회사에서 쓰는 문서를 활용해 수업하고, 증권투자상담사·파생상품투자상담사 등 대학생들도 따기 힘든 자격증을 따도록 지원한다. 서울공고는 ‘학생성공 스쿨’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전공 지식뿐 아니라 인문 소양과 인성 교육에 힘쓴다.

명문 실업고들은 2000년대 이후 유행하는 테크노고·인터넷고·디지털고와 같은 영어식 명칭 대신 상고·공고라는 이름을 고수한다. 오히려 옛 이름에 자부심을 갖는다. 서울여상의 이창우 부장교사는 “우리 학교 이름에 ‘브랜드 파워’가 쌓였는데 이름을 좀 세련되게 바꾼다고 득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류정화 기자 jh.ins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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