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머니’나라 아부다비 부자 환자 한국 보내 치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아산병원 국제클리닉 최은정 교수(오른쪽)가 8월 터키 환자에게 위 내시경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 환자는 친척 소개를 받고 한국을 찾아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 등 국내 대형병원 4곳이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보건청과 25일 환자 유치 협약을 했다. ‘오일 머니(oil money)’ 부호(富豪)가 많은 아부다비 정부가 한국의 의료서비스에 신뢰를 보인 것이다. 외국 정부 차원에서 국내 병원에 환자를 보내기로 약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개별 병원이 대리회사(에이전트)를 활용해 환자를 유치해 왔다. 그러다 보니 한국을 찾는 중동 환자들이 미미했다. 이번 협약은 중동에 의료 한류(韓流) 바람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자이드 다우드 알 식섹 보건청장은 이날 서울 계동 보건복지부 청사에서 협약식을 마친 뒤 “한국 의료서비스의 수준과 진료 성과가 훌륭하더라”며 “한국 의료진의 연구 성과와 의료 인력 교육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다”고 말했다. 아부다비 보건청은 협약을 맺기 전에 4개 병원의 VIP병동 등 시설과 장비를 둘러보고 서비스 수준을 확인했다. 아부다비는 우수한 의료 인력이 부족해 외국 의료기관 의존도가 높다. 보건청 산하 12개 병원을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과 태국·오스트리아 병원에 위탁해 운영한다. 여기서 소화하지 못하는 환자 3000명을 매년 영국·독일로 보내고 있다. 아시아에선 싱가포르·태국으로 환자를 보내는데, 이번 협약으로 한국이 가세해 중동 환자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보건복지부에서 아부다비 보건청과 국내 병원 4곳이 환자 유치 협약을 맺었다. 왼쪽부터 최한용 삼성서울병원장, 정희원 서울대병원장, 고경화 보건산업진흥원장, 압둘라 알로마이티 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대사, 임채민 복지부 장관, 모하메드 술탄 알하밀리 아부다비 보건청 의장, 자이드 다우드 알식섹 아부다비 보건청장, 황태권 서울성모병원장, 이상돈 서울아산병원 부원장. [복지부 제공]

 협약은 서명과 동시에 발효됐다. 국내 병원을 찾는 환자의 진료비와 가족 1명의 체류비, 항공료 등을 모두 아부다비 정부가 주한 UAE 대사관을 통해 병원에 지급한다. 아부다비에서는 성형수술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비를 정부가 부담한다. 첫 환자는 다음 달 중 입국할 예정이다. 복지부 정호원 보건산업정책과장은 “아부다비 보건청이 척추질환 환자를 먼저 보내려고 물색하고 있다”며 “그 후 암·장기이식 등 중증 환자나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많이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UAE의 두바이 보건청과 환자 유치 협약을 맺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협약도 성사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으로 의료 한류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지난해 8만1789명) 가운데 중동 환자 비중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 환자는 지난해 949명으로, 전체 외국인 환자의 32%를 차지하는 미국이나 중국(19%)·일본(17%)에 비해 적다. 복지부는 2015년까지 외국인 환자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세웠다. 이를 달성하면 8110억원의 진료·관광수입이 생길 것으로 추산한다.

 병원들의 기대도 크다. 삼성서울병원 송훈 과장은 “중동 환자를 위한 음식과 기도용 카펫을 마련하는 등 종교적·문화적 차이 때문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김왕겸 대외정책팀장은 “중동 지역에 한국 의료 수준을 홍보해 의료관광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아부다비=두바이·샤르자 등과 함께 아랍에미리트(UAE)를 구성하는 7개 왕국 중 하나로, UAE의 수도다. 국토 면적이나 산유량이 UAE 연합국 중 최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