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아랍 특파원이 꼬집은 ‘뉴스 비즈니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웰컴 투 뉴스비즈니스
요리스 루옌데이크 지음
김병화 옮김, 어크로스
340쪽, 1만 4000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행정수도 라말라에 이스라엘 군용 지프들이 등장하자 주위에 있던 팔레스타인 학생들이 돌을 던지기 시작한다. 어느새 뉴스 촬영 팀도 나타났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공중으로 총을 쏘아대고, 학생들은 과감하게 지프로 더 가까이 다가간다.

 당시 아랍 특파원이었던 저자는 마침 그 곳을 지나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 상황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사건 때문에 촬영 팀이 그곳에 간 것인지, 아니면 촬영 팀이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사건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책이 고발하고자 하는 뉴스 산업의 실체다. 네덜란드 출신의 저자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이집트와 이스라엘 등지를 오가며 네덜란드 일간지와 TV 뉴스 프로그램의 아랍 특파원으로 5년간 활동했다. 책에는 초짜 저널리스트였던 저자가 뉴스도 일종의 쇼 비즈니스라는 점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자신의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서술돼있다.

 특히 중동 문제에 집중해 아랍의 독재정권과 서방 세계, 그리고 상업 미디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그야말로 뉴스가 ‘연출’되는 세태를 꼬집는다. 이를테면 이스라엘 수상은 시체 18구와 불에 탄 버스를 그대로 두고 일부러 그 앞에서 성명을 발표한다. 그리고 거리에서 자치수반 아라파트를 연호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직원들이 동원되는 식이다.

 그렇다고 중동 문제를 어떻게 옳게 보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책은 아니다. 중동 문제 같은 주요 이슈에 관해 의미 있는 뉴스를 내보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털어놓고 있을 뿐이다. 누구보다 저자 스스로가 자신이 “진실의 결정적인 부분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 같았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정황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인지 독자들은 우리가 매일 마주했던 뉴스들이 과연 사실을 충실히 전달해왔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위문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