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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노트] 정명훈 연봉 20억이 많은지 적은지 ‘티켓’은 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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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호정 기자

“너무 적다고 생각합니다.” (안승일 서울시 문화관광기획관) “적다고요? 정명훈 감독이 들으면 참 행복하겠습니다.” (장정숙 서울특별시의원)

 20억원은 지휘자 연봉으로 많을까 적을까. 23일 오전 서울 덕수궁길, 서울특별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행정감사에서 나온 질문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지휘자 정명훈 예술감독에게 한 해 20억4200만원을 지급한다는 자료를 제출했다. 연봉과 활동비 등을 포함한 액수다.

 장 의원이 이날 주장한 요지를 옮긴다. “회사에서 채용을 할 땐 이력서나 근거 자료를 제출 받는다. 하지만 정 감독은 실체 없이 파격적 대우를 받고 있다. 현재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겸직하는데, 이 계약 관계를 제출해달라고 했지만 비공개라는 이유로 받지 못했다.”

2005년부터 서울시향을 이끌고 있는 지휘자 정명훈씨. 올해 말 두번째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기본적으로 지휘자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의 오케스트라는 매년 내역이 추정치로 공개된다. 공연예술 컨설턴트인 드루 맥매너스가 운영하는 사이트(adaptistration.com)에서다. 맥매너스는 비영리법인의 세금납부 내역이 나오는 인터넷 사이트(guidestar.org)를 참고해 미국 오케스트라의 재정백서를 매년 업데이트 한다.

 여기에 따르면 미국 오케스트라 중 음악감독에게 2008~2009년 시즌 연봉을 가장 많이 지급한 곳은 뉴욕 필하모닉이다. 당시 지휘자 로린 마젤에게 329만1791달러를 지급했다. 현재 환율로 약 37억원이다. 2위는 보스턴 심포니의 제임스 레바인이다. 176만7748달러로 약 20억원이다. 환율에 따라 정 감독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다.

 문제는 정 감독의 지휘 ‘수준’이다. 안 기획관은 “정 감독이 이끄는 서울시향의 수준이 세계적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데에 음악인이 동감한다”고 했다. 이에 장 의원은 “나는 예술인이지만 음악인이 아닌가 보다”라고 응수했다. 장 의원은 음대 출신이다.

 같은 연주를 들은 음악인 사이에서도 평가는 엇갈린다. 지휘자 실력의 ‘실체’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20억원이 과도한지 판단하는 문제도 그렇다. 20억원이 아니라 2억원이어도 많다고 할 사람은 분명 있다.

 결정은 시장(市場)이 한다. 재단법인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지휘자 정명훈이 사인한 20억원짜리 계약서는 소위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 감독이 영입되기 전인 2004년 서울시향의 정기공연 1회당 유료 관객수는 466명. 지난해엔 1274명이다. 올해는 1800명을 내다보고 있다. 제돈 내고 티켓을 사는 청중이다. 지휘자의 실력과 가치는 이들이 판단한다. 청중은 귀신같이 안다. 20억원이 많은지 적은지, 애써 토론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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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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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

[現] 서울시교향악단 음악감독(상임지휘자 겸임)

195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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