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음악 MP3파일 공짜로 드려요”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의 미덕이 거대 산업사회가 가지고 있던 진입 장벽을 없애고 문턱을 낮춘 데 있다는 점에서, 인디 음악 전문 사이트 ‘밀림’은 그 미덕이 아주 잘 드러나 있는 사이트다.

Music Is Life, Life Is Music!

“사람 만나는 걸 참 즐거워해요. 어려서부터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데 관심이 많았죠.” 인디 음악 사이트 밀림(http://www.millim.com) 콘텐츠팀의 최한주 팀장(26)은 네티즌이 되기 이전부터 낯선 사람들과의 ‘소통’에 남달리 관심이 많았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해외 펜팔에 열심이었다. 영국의 호텔 지배인 할아버지, 일본의 항공사 직원 같은 이들이 그의 먼 친구였다.

대학에 입학한 후엔 HAM(아마추어 무선통신)을 시작했다. 국내외 수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HAM은 정말 매력적이었다고 한다. 개인 무선국을 운영할 만큼 열심이었다. 방학 때는 무전기 하나 달랑 메고 전국 일주를 하기도 했다. 가는 곳마다 통신을 통해 해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잠자리와 밥을 해결해 가며 여행을 했다. ‘통신을 통한 휴먼 네트워크’를 실감나게 체험한 셈.

통신병으로 군대생활을 마친 후 그는 비로소 인터넷을 만났고, 말할 것도 없이 그 새로운 ‘소통의 장’에 빠져들었다. 학교 졸업도 하기 전에 ‘밀림’에 들어가 이리저리 풀숲을 헤쳐가며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람 만나 그 사람들의 이런저런 이야기와 삶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즐겁지 않다면 못 할 노릇이기도 하다. 좁은 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한 달에 한 번 빨래 하러 겨우 집에 들어가는 정도이니 말이다.

“지난 해 MP3의 시장 가능성을 노린 음반 제작자들이 MP3를 동결시킨 일이 있었어요. 하지만 생산자의 권리뿐 아니라 소비자의 권리도 있는 거잖아요. 서용훈 대표이사와 함께 이런 생각을 구체화해 만든 게 바로 밀림입니다.”

밀림(millim)은 기성 가수가 아닌 아마추어 혹은 인디 음악을 하는 이들의 MP3 음원을 무료로 내려받아 들을 수 있는 음악 전문 사이트다. 또 그 자체로 수풀 우거진 열대 밀림을 뜻하기도 하고 ‘Music Is Life, Life Is Music’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스타 시스템을 벗어나 다양한 사이버 뮤지션의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장인 셈이다.

자기 음악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무료로 등록해 음악을 올리고 네티즌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지난 5월 알렉사 페이지뷰 순위에서 세계 4백33위, 아시아 음악 사이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밀림의 페이지뷰가 허수가 아니라는 건 각 가수별로 마련된 팬클럽이나 게시판에 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노래 한 곡만 새로 올려도 대번에 1백 건 이상의 글이 올라오거든요.” 뮤지션 등록도 무료, MP3 다운도 무료라면 도대체 뭘로 수익을 낼까 싶은데, 나름의 복안이 있다.

우선 사이트에서 실력과 인기를 검증받은 뮤지션의 음반을 내서 판매하는 것. 이미 시험판을 내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두 번째 수익모델은 콘텐츠. 밀림과 함께 운영 중인 멀티미디어 인터넷 방송국 밀리진(www.millizine.com)의 동영상 콘텐츠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미 기존 방송국이나 웹진과 다른 참신한 기획과 독창적인 내용을 인정받아 대형 ISP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다른 어떤 사이트보다 확실한 타깃팅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광고 역시 좋은 수입원이 될 수 있겠다. 최팀장은 아직 학생이다. 한양대학교 기계공학 전공 마지막 학기. 밀림에 들어온 덕에 마지막 남은 한 학기를 아직 끝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밀림에 있으면서 누가 시키지 않은 공부도 해가며, 좌절도 겪어가며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현재 꿈은 밀림을 최고의 음악 사이트로 만드는 것,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대접받는 세상을 앞당기는 것뿐이란다. 한편으론 소박하고, 한편으론 거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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