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가 느꼈을 공포와 좌절을 누구보다 공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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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 카츠

 1943년 2월 온 가족이 독일 나치에 의해 처형되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던 에델 카츠(Ethel Katz·89) 할머니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와 만날 생각에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동시대 피해자인 일본군 위안부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의 뉴욕 상봉이 다음 달 13일(현지시간) 이뤄진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유권자센터(KAVC)와 뉴욕 퀸스커뮤니티칼리지 내 홀로코스트센터는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카츠 할머니의 감회는 남달랐다. 나치의 유대인 ‘사냥’을 피해 폴란드 남부 농가를 전전하던 그의 가족은 운명과 맞닥뜨렸다. 새벽에 들이닥친 나치 사냥꾼을 피해 부모와 4남매는 사방으로 뛰었다. 그러나 이내 그는 총개머리판을 맞고 쓰러졌다. 잠시 후 정신이 들었을 때 그는 부모와 오빠·동생이 처형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렇지만 그는 죽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 피를 흘리며 눈 속에 처박힌 그를 독일 병사는 죽은 줄 알고 내버려둬 목숨을 건졌다. 그는 “이후로도 4개월이나 다락방에 숨어 지내며 겪은 공포는 평생 잊을 수 없다”며 “위안부 생존자가 가슴에 품고 있을 한과 분노를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에서 다음 달 14일 열릴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에 맞춘 것이다. 92년 1월 8일 수요일 시작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시위는 이날로 1000회를 맞는다. 한국에선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두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2007년 미국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 참상을 증언한 바 있다. 한인유권자센터는 뉴욕 홀로코스트센터와 공동으로 내년부터 동아시아 역사 인턴십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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