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분석] 일본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대표 해임 … 제2의 올림푸스 사태로 전세계 언론 주목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코치 선임 문제로 충돌했던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 신문 회장(왼쪽)과 기요타케 히데토시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 대표.

일본 기업의 폐쇄적 문화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부정과 부조리도 상급자의 뜻이라면 눈을 감아야 하는 폐쇄적인 일본 기업문화는 올림푸스 사태가 불거지면서 전세계 언론의 지탄을 받았다. 올림푸스는 회사의 불법행위를 고발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무단 경질했었다. 그런데 일본 최고의 프로야구단에서 이런 일이 또 터졌다. 외신들은 일제히 이번 사태를 제2의 올림푸스 사건이라며 일본 기업의 폐쇄성을 다시 조명하고 있다.

사건의 주인공은 일본에서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讀賣) 신문의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85)회장 겸 주필과 신문의 자회사인 프로야구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기요타케 히데토시(淸武英利·61) 구단 대표 겸 총괄매니저(GM)다.

18일 모모이 쓰네카즈(桃井恒和·64) 요미우리 구단 사장은 이날 기요타케 대표를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기요타케가 지난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와타나베 회장을 강하게 비난한 것을 해임 이유로 들었다. 이로 인해 구단과 요미우리 신문 그룹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기요타케 대표는 당시 회견에서 “와타나베 회장이 내년 시즌 유임이 내정됐던 오카자키 가오루(岡崎郁·50) 코치를 독단적으로 2군으로 강등하고 다른 코치 영입을 진행했다”며 “더 이상 요미우리 구단과 프로야구를 (회장이)사유화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와타나베 회장은 다음날 즉각 “코치유임 계획을 보고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코치 인선은 기업 비밀"이라며 기요타케에게 사죄를 요구했다. 그러나 기요타케 대표는“와타나베 회장이 거짓말을 했다”고 재반박하며 사태는 악화됐다. 다행히 15일 모모이 사장의 중재로 오카자키 코치의 유임이 결정되며 사건은 일단락 되는듯 했다. 하지만 이틀 뒤 구단은 기요타케 대표의 해임을 발표했다. 기요타케는 “해임 결정은 부당한 처사”라며 법적대응 의사를 밝혔다.

◆외신, “일본기업의 폐쇄성 다시 드러났다”=이번 사태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해외 언론은 올림푸스 사건으로 드러난 일본 기업의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가 또다시 불거졌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CEO의 문제제기를 묵살한 채 그를 무단 경질했던 올림푸스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물론 요미우리 신문과 와타나베 회장은 분식회계 사실을 감췄던 올림푸스처럼 비리를 저지르진 않았다. 하지만 구단 운영에 빈번히 간섭하는 와타나베의 행동을 기업 내 전 조직원이 옹호하기에 급급했다. 이는 일본 기업의 상명하복식 문화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구단주와 GM, 감독의 권한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 GM은 코칭스태프 인선 등 구단의 전체적인 운영을 맡는다. 하지만 일본에선 와타나베 회장처럼 모기업 고위층이 GM의 권한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와타나베 회장의 구단 간섭은 일본에선 유명하다. 요미우리 신문 기자 출신인 와타나베 회장은 일본 정계 실력자들과의 교분을 바탕으로 수십년 동안 일본야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코치 인선과 선수 선발 등에 수시로 개입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기요다케가 반발한 것도 GM의 권한인 코치 선임에 회장이 절차없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 팬들 사이에서도 와타나베의 지나친 간섭을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룹 사주가 직접적으로 야구단 일에 관여하는 건 구시대적이란 것이다.

하지만 요미우리측은 기요타케를 해임시키는 걸로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기요타케의 행동을 회사에 대한 건전한 비판으로 여기기보다 ‘하극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모모이 사장이 기요타케의 해임 이유 중 하나로 "와타나베 회장의 반론에 또 다시 이견을 말하는 등 반성의 기미보다 적대감을 표출했다는 점"을 든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WSJ은 "이번 사건은 마이클 우드퍼드 CEO의 문제제기로 비리가 드러났던 올림푸스처럼 일본 기업의 폐쇄적 조직문화를 또 한번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문제제기가 등장했다는 건 일본의 조직문화가 점차 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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