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결혼이 행복의 필수조건일까. 연봉은 많을 수록 좋지 않을까.
앞의 문장은 맞다. 뒤는 틀렸다. 적어도 최근 조사에 의하면 그렇다.
대학에 가고, 결혼을 하고, 연봉 7만 5000달러(한화 약 8550만원) 정도를 벌 수 있을 정도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가장 행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 미국 연구조사 결과다.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자 앵거스 디톤과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니엘 카네만(심리학과) 교수가 2008~2009년 미국 성인남녀 45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갤럽과 헬스웨이의 행복지수(well-being index) 설문조사를 분석했다. 이 연구 논문은 20일 `갤럽 매니지먼트 저널`에 수록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의 인생을 평가할 때 성취여부를 따지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했다면 재정적 안정과 정서적 충만을 느끼며 더 나은 삶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카네만은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가진다는 것은 삶의 만족에 필수적 요소"이지만 반대로 "당신이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세우는 것은 인생을 실패로 몰아가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람들은 사회적 접촉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누리고 유지한다. 디톤은 "정서적 행복은 일차적으로 사회적인 것"이라며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좋은 것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갖이 보내는 것이며 그 때 가장 행복해한다"고 밝혔다. 명확한 수치에 근거한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300여년 전 독일철학자 임마뉴엘 칸트는 "사람이 가장 행복할 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밥을 먹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가장 생활비가 비싼 도시에서 조차 연봉 7만 5000달러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한계효용선이라는 사실이다. 이보다 많은 돈을 받으면 오히려 덜 행복하다는 것이 연구결과다. 디톤과 카네만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데이터가 분명히 이를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이미 `경제심리학`에서 설명된 바 있다. 미국 듀크대의 댄 애리얼리(Dan Ariely) 교수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학생을 대상으로 인센티브의 규모와 성과에 대해 연구한 결과 지식기반중심의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인센티브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댄 교수는 그 이유를 "인센티브가 많아지면 감시와 평가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해 자율적인 동기부여가 떨어지며, 이것이 생산성 하락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또 카네만 교수 같은 행태경제학자들은 "인간은 극대화 추구자(maximazer)가 아니라 만족 추구자(satisfier)이며 언제나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단지 `충분히 좋은` 선택을 한다"는 이른바 `만족 원칙`을 밝혀냈다.
이원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