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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몇 번이면 영국 금고에 내가 산 금이 쌓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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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토지』의 최 참판댁 서희를 갑부로 만든 종잣돈은? 바로 할머니가 비밀리에 물려준 금덩어리였다. 이처럼 금은 특별한 계층만 소유하는 부의 원천이자 상징물로 여겨졌다. 서민들도 가세가 기울면 애지중지하던 금가락지나 금비녀를 비장의 반전 카드로 써먹었다.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골드바는 대개 1㎏짜리, 요즘 시세로 개당 약 7000만원을 웃돈다. 이제는 금이 재테크 수단으로 폭넓게 활용되는 시대다. 보통 사람도 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여럿 있다. 금 통장, 금 펀드 등 소액으로도 금에 투자할 수 있는 간접상품들이 많다. 방법도 간단하다. 집에서 PC로, 휴대전화로 홈트레이딩 시스템에 접속해 클릭 몇 번이면 끝난다. 난세에는 역시 금이란 인식 때문인지 유로존 위기 이후엔 미국의 20~30대 젊은이들까지 금 투자상품에 열광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소액으로 할 수 있는 금 관련 투자상품을 알아본다.

김수연 기자

멕시코 조폐공사의 직원이 1㎏짜리 금 주화 소재에 문양을 새겨 넣기에 앞서 광을 내고 있다. 국제 금값은 최근 온스당 1800달러 선까지 반등했다. [산루이스포토시=블룸버그]

‘불신의 시대’에 빛나 … 세금·보관비는 부담

반짝이는 매혹 ‘실물 금’

‘장롱 속 금 송아지’가 바로 실물 금 투자다. ‘은행도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식으로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높거나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거액 자산가일수록 전통적으로 금 실물을 선호한다. 요즘은 대부분의 은행과 일부 증권사에서 바 형태의 금 실물 거래를 중개한다. 해외 은행에서 수입한 것 또는 LS-니꼬동제련 제작 99.9% 골드바가 주로 취급된다. 단위는 1㎏, 500g, 100g, 10g 등이다. ‘미코골드 닷컴’ 시세 기준 1㎏짜리 골드바 한 개를 살 때(수수료 및 부가가치세 포함) 18일 기준 7399만9415원이다. 국제 거래 시세에 환율을 감안해 고시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래가 많지 않다. 금값이 가파르게 올라 최소 투자액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순금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넣는 것은 거액 자산가들이다.

 순도 99.9%, 반짝이는 골드바는 인간 욕망의 아이콘이지만 막상 정말 골드바를 사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 우선 부대 비용이 많다. 매매 시 수수료가 2~3% 붙고, 살 때 부가가치세 10%가 붙는다. 샀다가 그 자리에서 다시 판다면 20%에 가까운 세금과 수수료로 떼일 정도다.

 실제 거래를 하려면 예상 매매가의 110%가 계좌에 들어 있어야 한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금 가격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사에서 구입한 1㎏짜리 골드바를 핸드백에 넣고 집에 갈 수도 없는 일. 별도의 전문 수송업체를 이용해 사전에 정한 장소로 배송받는 게 보통이다. 보관도 만만치 않다. 금고 서비스 등을 이용하면 관리비용도 든다. 또 금은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이자가 안 붙는다. 즉 금값이 오르지 않으면 손해다.

금 시세 실시간 반영 … 조금씩 꾸준한 적립을

통장에 금 담아두는 ‘골드 뱅킹’

금 실물 거래의 각종 불편함을 개선한 것이 골드 뱅킹이다. 은행에서 통장을 만든 뒤 현금을 넣으면 그에 해당하는 양만큼의 금을 통장에 숫자로 적립한다. 은행은 계좌에 돈이 들어오면 국제 금 시세 및 환율에 맞춰 그만큼의 금을 사들인다. 매달 일정액을 정해진 날짜에 불입하는 적립식으로 돈을 넣을 수도 있고, 수시 입출로 할 수도 있다. 찾을 때는 금 실물로 수령하면 부가가치세 10%를 내야 하고, 현금으로 받을 때는 수수료 1.5%가 붙는다. 또 매매 차익 부분에 대해 2010년 12월 1일 이후부터 배당소득세 15.4%가 붙는다. 현재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취급하고, 우리은행도 곧 가세할 예정이다. 골드 뱅킹에 특화한 신한은행의 경우 일반적인 금 적립통장은 물론, 어린이용·외화형에 금 담보 대출까지 다양한 구색을 갖춰 놨다.

 골드 뱅킹은 그 성격상 금 펀드와 비슷하다. 하지만 기준가격이 수시로 고시되기 때문에 펀드보다 실시간 금값에 더 가깝다. 금 실물로도 받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상장지수펀드(ETF)와 다르다. 하지만 금 시세는 달러 기준이므로 환율 변동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이를 헤지하려면 은행과 별도의 계약을 맺어야 하고 추가 비용이 든다. 또 금값 변동에 따라 100% 헤지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황준석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차장은 “금은 단기 시각으로 접근하면 손실을 입기 쉽고 최근에는 가격 변동폭도 크다”며 “한꺼번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보다 길게 보고 여윳돈을 조금씩 적립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치솟는 금값 따라 제련업체 ‘몸값’ 도 껑충

주식시장서 사는 ‘금 관련 주(株)’

금값을 따라 주가도 오르내리는 금 관련 주를 사는 것도 일종의 우회 투자법이다. 고려아연이 대표적인 금 관련 종목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광산업체로부터 아연과 연 정광(精鑛)을 사들여 제련해 아연·연·금·은·전기동 등의 비철금속을 생산한다. 올해 치솟은 금값과 더불어 이 회사 주가도 많이 올랐다. 올 초 주당 28만7000원이었던 게 최근 34만원대에 거래된다. 사실 이 회사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은이다. 올 3분기 기준 은이 매출의 42%를 차지했고 아연 28%, 금 4%였다. 은값 역시 당분간 강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애강리메텍은 도시광산업을 한다. 폐가전제품에서 금·은·구리 등의 희소금속을 뽑아내는 일이다. 국내 도시광산업은 잠재가치가 50조원으로 추산되고, 친환경사업으로도 각광받는다. 이 회사는 전자제품을 만들 때 생기는 부산물인 스크랩에서 유가금속을 뽑아내는 분야 국내 1위다. 하지만 최근 이 사업부문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도시광산에 대기업이 속속 진출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으로 보인다.

역시 코스닥 업체인 한성엘컴텍도 금 관련 주로 분류된다. LG전자 매출 비중이 75%가 넘는 휴대전화 모듈 제조사인데,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몽골 광산 개발에 투자해 자원개발주가 됐다. 그러나 몽골 금광사업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최근 금광 채굴 자회사를 낮은 값에 처분했다. 금 관련 주 직접투자는 일반적인 주식투자와 똑같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 더구나 자원개발주 군에 드는 종목의 경우 부침이 심해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

금값 올라도 원화가치 떨어지면 손해 … 환헤지 확인을

소액으로 간편하게 ‘금 펀드’

금 ETF는 다양한 금 투자법 중 가장 간편하고 거래 비용도 매우 낮다.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하면 된다. 거래소에 상장된 금 ETF는 세 종류. 투자 자산이 조금씩 다르다. 삼성자산운용 ‘KODEX 골드선물’(H)은 뉴욕상품거래소의 금 선물에 주로 투자한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TIGER 금은 선물(H)’ ETF는 금과 은 선물에 나눠 투자한다. 현대자산운용 ‘HIT 골드’ ETF는 해외 금 ET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재간접 형태다.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팀장은 “상품마다 환헤지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 전에 이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종목명 뒤에 (H)가 붙은 것은 환헤지 상품이라는 뜻이다. 매매 시 투자이익의 15.4%의 배당소득세가 붙는다. 금 ETF는 거래량이 너무 적은 것이 큰 단점이었지만 최근 유동성이 많이 좋아졌다. 삼성KODEX골드선물 ETF의 경우 연초 일평균 거래량이 2만 주에 그쳤는데 최근 23만여 주로 10배 이상 늘었다. 유로존 위기 영향으로 금 투자에 관심이 급증한 까닭이다. 세계 최대의 금 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에 직접 투자할 수도 있다.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 폴 존슨도 투자했다는 그 ETF다. 국내 증권사에서 해외주식계좌를 트고 직접 매매하면 된다. 하지만 환율 변동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금 펀드는 ETF보다 더 종류가 많다.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금 펀드는 모두 49개다. 이들 펀드는 올 들어 18일까지 평균 18%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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