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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연평도 도발 막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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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주활
전 북한군 상좌

일 년 전 이맘때 북한군은 해안포와 방사포를 동원해 연평도에 무차별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해마다 그 시기에 우리 군이 실시해온 방어 차원의 호국훈련을 트집 잡아 민간인 거주 지역에까지 포탄을 퍼부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라는 자신들의 의도를 대내외에 무력 시위 형태로 드러내 보인 것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6·25 전쟁 이후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초유의 본격 군사적 도발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고 위협적인 사태였다. 특히 한반도가 정전(停戰) 상태이지 종전이나 평화 상태가 아니라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우리의 안보관이 진보와 보수를 초월해 이스라엘처럼 조국과 평화를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하는 정신으로 일관되어야 한다는 걸 일깨웠다.

 필자는 과거 북한군 특수부대인 항공육전여단을 시작으로 상좌(우리 군의 중령과 대령 사이 계급) 계급까지 달면서까지 오로지 김일성·김정일을 위해 싸운다는 ‘수령결사옹위’를 외치며 살았다. 굶주림과 인권탄압 속에 전쟁준비에만 동원된 북한 주민들, 삐뚤어진 안보관을 가진 일부 대한민국 젊은이에 대해 책임감이 앞서는 건 이 때문이다.

 일부 국민들은 북한의 도발이 이명박 정부가 교류와 협력을 단절해 일어난 자업자득이라고 왜곡한다. 그렇다면 대북 햇볕정책이 한창이던 2002년 한·일 월드컵 기간에 북한군이 서해에서 무력도발을 감행해 젊은 장병이 전사하고 참수리호가 침몰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3대 세습을 강행 중인 북한 지도부는 대내외적으로 위기 상황이다. 식량·에너지 부족 등 만성적 경제난으로 후계자 김정은에게 주민들은 등을 돌리고 있고,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북한이 이런 상황에 대한 돌파구 마련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하면 또다시 도발에 나설 공산이 크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정치인이나 국민의 안보의식이 턱없이 안이한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평화’라는 귀 맛 좋은 소리로 국민을 현혹하고 내부 혼란을 가중시키는 북한 추종 세력의 행태는 더욱 그렇다. 이들에게 ‘정권에 대한 실망을 가질지언정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국가안보의 소중함만은 부디 잃지 마시라!’는 한마디를 간곡히 전하고 싶다.

최주활 전 북한군 상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