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스페인 … 위기의 PIIGS 모두 정권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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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호이

재정위기에 빠진 스페인의 총선에서 야당인 중도우파 국민당(PP)이 집권 사회당(SP)에 압승했다. 20일(현지시간) 총선에서 국민당은 전체 350석 중 186석을 얻어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1975년 군사 독재가 종식된 이후 최대 승리다.

국민당은 7년7개월 만에 사회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게 됐다. 반면 사회당은 기존 169석에서 110석으로 줄었다. 46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유권자들이 재정위기와 경제 불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사회당 정권을 심판한 것이다. 이로써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에 이어 스페인마저 정권이 바뀌며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PIIGS 국가들이 모두 정권이 교체 됐다.

 이에 따라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56) 국민당 당수가 스페인 호를 이끌게 됐다. 그는 다음 달 20일께 의회 투표를 거쳐 총리에 취임할 예정이다. 라호이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 “어려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며 국가 부도 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 국민들에게 험난한 시대에 대비하자고 주문했다. 그는 “스페인의 목소리가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에서 다시 존중 받아야 한다”며 “스페인은 문제 국가가 아니라 해결책을 제시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호이의 최대 과제는 경제 위기 극복이다. 스페인 경제는 21.5%라는 실업률이 말해주듯 처참한 실정이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45%로 청년 2명 중 1명이 실업자 신세다.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2%에 이른다.

라호이는 총선 유세 과정에서 “내년 재정적자를 GDP의 4.4%로 낮추겠다”며 “이를 위해 연금·건강보험·교육 부문을 제외한 모든 것을 손질하겠다”고 약속했다. 좌파 진영은 라호이가 급격한 긴축 재정으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를 더 추락시키지 않을까 우려한다. 지난 17일 발행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6.975%를 기록할 정도로 스페인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는 최저 수준이다.

 라호이는 ‘2전3기’의 승리를 일궈낸 오뚝이다. 2004년과 2008년 총선에서 잇따라 사회당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에게 패했지만 살아남았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주위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온화한 인물로 평가 받는다. 80년대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방의회 의원을 거쳐 중앙 정계에 진출했다.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전 총리 시절에 내무·교육 등 4개 부처 장관을 역임했다. 사이클 선수 경력도 있는 그는 “한 달에 최소 31일은 걷는다”고 말할 정도로 걷는 것을 좋아한다.

24세 때 자동차 사고로 생긴 얼굴 흉터 때문에 면도를 하지 못하게 되자 턱수염을 기른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로 국제 무대에 오를 것을 대비해 현재 영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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