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르고 강한 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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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나눔기술. 대학을 갓 졸업한 한 청년이 ‘좋은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만으로 1990년 10월에 창립한 회사이다. 직원 3명에서 시작한 회사규모는 지난해 매출 60억원, 직원수 130명에 이르는 어엿한 기업으로 변했다.

올해는 예상매출액 150억원에 9월 코스닥 시장 등록을 앞두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그룹웨어는 이제 300여 기업 200만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5년 전 미 문화원 점거사건으로 한동안 비자조차 발급 받지 못했던 나눔기술(http://www.nanum.co.kr) 장 영승 사장의 실험이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최종사용자에게 유용한 기술’을 위해 나눔기술의 실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진행중인 회사” 장 영승 사장이 들려주는 나눔기술의 현재이다.

인트라넷 그룹웨어 부문 국내 1위

나눔기술은 그룹웨어 전문 개발업체 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OISA(Office Integration System Architecture)를 발표(92) OA수준에 머물러 있던 국내 기업의 업무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으며 93년에는 클라이언트 서버형 제품 ‘워크플로우(Workflow)’를 발표해 그룹웨어와 전자결재시스템이라는 용어를 대중화시키기도 했다.

또 국내에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96년에는 인터넷 기술과 그룹웨어 사업의 노하우를 접목시킨 ‘스마트플로우(Smartflow)’를 발표했다.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인터넷 비즈니스에 진출 올해 B2B 사업을 기점으로 메가 포탈 마켓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93년 발표한 도스 체계에서 운용되는 ‘워크플로우’에 전자결재 도장이 등장한 것은 그 당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나눔기술의 탁월한 승리였다. 그룹웨어 설계의 관건은 기업의 업무흐름을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고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당시 나눔기술은 국내 기업의 업무환경이 결재중심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그룹웨어에 한국의 결재문화를 담아 낸 것이다. 결국 아무리 쟁쟁한 외국기업이라 할 지라도 이러한 치밀한 분석과 기술 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던 것.

지난 4월에는 나눔기술의 인트라넷 기반 ‘스마트플로우’가 행자부 정부표준 전자문서시스템 인증 시험을 통과해 이미 서울시청, 부산시청, 대구시청 등 시청그룹웨어 총 점유율의 57%를 차지했다. 또 인증시험 통과 이후 1개월 동안 중진공, 식약청, 부산상수도본부 등에서 나눔기술의 제품을 채택해 올해도 국내 인트라넷 그룹웨어 1위 업체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기술과 문화의 결합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최종사용자에게 유용한 기술’을 추구하는 나눔기술의 개발철학은 이제 문화와 결합되고 있다. 단순히 기업의 업무 생산성 향상 이외에도 기술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쓰여져야 한다는 믿음에서이다. 나눔기술은 이를 ‘e-Culture’라 부른다.

이미 지난해 7월 4개국어로 서비스하는 디지털 음악 사이트 렛츠뮤직(www.letsmusic.com)을 오픈 국내의 대중 음악을 디지털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192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한국대중음악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한국대중음악사 전산화’작업도 추진중에 있다. 한국적 문화의 디지털화와 세계적 상품개발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소액결제 시스템 ‘iMint’는 인터넷상의 다양한 문화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개발한 제품이다. 인터넷, 인포메이션의 I 와 조폐국을 뜻하는 mint의 합성어로 ‘인터넷상의 조폐국’이란 의미를 담고있다. 신용카드로 구매하기 어려운 1000원 미만의 소액 디지털 컨텐츠 상품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

또한 패션산업의 전자장터(웹마켓플레이스) 패션비투비 사이트(www.fashionb2b.co.kr) 를 패션 전문업체들과 공동으로 준비하고 있다.

“인간중심의 기술이어야 한다”

‘정보는 나눔으로써 완성되며 기술은 올바르게 사용돼야 한다’ 장 사장이 회사를 창립하면서 내걸은 회사 철학이다. 이러한 회사철학에 걸맞게 나눔기술이 처음으로 내놓은 상품 또한 올바른 기술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난 제품이었다.

씨앗. 한글로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일을 직원 3명의 벤처기업이 시도해서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반응은 대단했다. 한글로 말하고 생각하는 것처럼 프로그램 또한 한글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자존심에서 3년간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다. 상업성 보다는 하고 싶어 했던 일이라 상품화까지는 성공했지만 결국 시장에서 승부를 걸기는 역부족이었다. 잘 만들면 잘 팔릴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톡톡히 수업료를 치룬 셈.

이일을 계기로 장 사장은 좋은 제품은 고객과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소중한 교훈을 얻게 됐다. ‘고객이 반을 만들고 그 나머지를 우리가 만든다.’ 나눔기술의 제품에 경쟁력이 돋보이는 이유이다.

장 사장은 최근 ‘올바르게 사용하는 기술’을 놓고 고민중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기에 이에 맞는 ‘올바름’의 방향은 항상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것. 특히 지금처럼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디지털은 기술이전에 나눔기술의 경영 패러다임을 확인하는 하나의 거센 도전이었다.

“요새는 모든 것이 디지털이란 형용사를 달아야 인정 받는 디지털 세상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 다음은 어떤 세상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결국 그 답변을 찾기에 앞서 디지털 세상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인간다움의 부족. 신속함과 편리함, 경제와 풍요만 강조 됨으로써 정작 중요한 인간의 가치가 잊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다움은 디지털 세상의 한 가운데서도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고 말한다.

지난 6월초 단지 흙을 밟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서울에서 속초까지 8일간의 도보순례에 올랐던 장 영승 사장. 그는 디지털 다음 세상의 나눔기술을 만났을까?

회사연혁

1990년 ㈜정보와 기술 나눔 설립
1992년 나눔 OISA(Office Integration System Architecture) 발표
1993년 ㈜나눔기술로 회사명 변경
한글 프로그래밍 언어 ''씨앗''발표
한국형 그룹웨어 DOS판 ''워크플로우 1.0'' 발표
1995년 미국 EDI 전문회사 DGC(Data Global Communication)사 인수
1996년 인트라넷 솔루션 ''스마트플로우1.5'' 발표
인터넷 사업 시작
1998년 인트라넷 전문업체로 선회
1999년 ''스마트플로우 2000'' 발표
인터넷 대중음악 사이트 ''렛츠뮤직'' 사업 시작
국내 최초 MP3 유료 서비스 실시
인터넷 소액결제 시스템 ''아이민트'' 개발
인터넷 방송 ''렛츠캐스트'' 시험 서비스 개시
2000년 B2B 솔루션 개발 및 웹 마켓플레이스 사업 진출
나눔기술-도레미-두인전자 전략적 제휴
9월 코스닥 시장 등록 예정

대표이사 약력

1963년 서울 출생
1990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1990년 나눔기술 창업(10월 1일)
2000년 현재 나눔기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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