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과목 성적 올려준 학습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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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의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열중하고 있다.

신우수(서울 구의초 6)양은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암기과목 평균 성적이 70점 중후반대였다. 그러나 지난 1학기 기말고사와 2학기 중간고사에서 90점 이상을 받았다. 이 학교 5학년 양하나양도 지난해 80점에 머물렀던 전 과목 평균이 지난 중간고사에서 98점으로 뛰어올랐다.

 양양은 “숫자와 단위가 잔뜩 적힌 표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학습일기에 표를 그대로 적어가면서 정리하다보니 내용이 훨씬 쉽게 이해됐다”고 말했다.

일기 쓰듯 수업 내용 정리

 구의초등학교(서울 광진구)는 지난해부터 전교생이 학습일기를 쓴다. 그날 배운 수업 내용을 글과 그림을 이용해 일기처럼 쓰는 방식이다. 하지만 작성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지도하는 교사나 학습일기를 써야하는 학생 모두 혼란스러워 했다. 새로운 숙제만 하나 더 늘었다는 불만도 있었다. 특히 글씨 쓰는 것을 싫어하는 남학생이 많아 교사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무엇보다 학습일기 작성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게 필요했다. 이를 위해 교과서 내용보다는 남학생들이 흥미를 갖는 자동차, 비행기 같은 주제로 시작하게 했다. 자신의 관심 분야 책이나 자료를 찾아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된 내용을 정리하는 식이다. 학습일기를 작성하는 습관이 든 후에는 수업 내용을 정리하도록 유도했다.

 작성법은 일기체로 쓰는 것과 교과서 내용 가운데 중요한 부분만 번호를 매겨 정리하는 2가지 방식이 있다. 전자는 저학년이, 후자는 고학년이 주로 따랐다. 예컨대 재판의 종류를 배웠다면 일기체 방식은 민사·형사·행정·헌법·가사·선거·특허·군사재판이 있다는 식으로 나열하는 것이고, 번호를 매겨 정리하는 방식은 시험 문제로 출제가능성이 높은 행정과 헌법재판의 정의와 기능에 대해 자세하게 쓰는 것이다.

 학습일기 쓰기 아이디어를 낸 이 학교 정임숙 교장은 “일본 ‘아키타현의 산골학교’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시골학교 학생들이 명문학교에 진학하게 된 비결이 학습일기에 있었다”며 “일기 형식이기 때문에 매일 복습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고 수업에도 더 집중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전년도에 학습일기를 마무리한 152명의 학생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고 부상으로 야구공을 선물했다. 올해는 한 반 모두 빠짐없이 학습일기를 완료하면 그 학급에 간식으로 주고 있다.
 
학습일기가 자기주도적 학습습관으로

 학습일기가 정착되자 여러 변화가 찾아왔다. 2학년 차유나양은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눈으로만 읽어도 충분히 공부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눈으로 확인한 공부와 직접 쓰면서 공부한 것을 비교해 보니 연필을 잡고 쓴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지금은 학습일기를 항상 옆에 두고 공부한다. 이양순 교감은 “학습일기를 쓰면서 책상에 앉아있는 습관이 들었고 수업시간에도 더 집중한다”며 “쓰는 연습을 반복하다 보니 처음에는 본인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던 글씨체도 바르게 교정됐다”고 자랑했다.

 성적도 눈에 띄게 올랐다. 김소영(5학년)양은 교과서와 참고서를 전혀 보지 않고 그날 배웠던 내용을 정리해 복습효과를 높였다. 학습일기에 정리한 내용을 매주 문제로 출제해 시험 대비도 했다. 그 결과 김양의 성적은 지난해 평균 80점대에서 올해는 95~100점을 오간다.

 정 교장은 “학습일기를 잘 쓰지 못하는 아이라 해도 개인별 특성에 맞춘 여러 사례를 찾아서 보여주면 대부분 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라며 “학습일기로 효과를 얻기 위해선 꾸준히 쓸 수 있도록 자신감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학습일기 잘 쓰는 방법

1. 매일 꾸준히 쓰게 해야=조금씩 꾸준히 해야 습관이 된다. 글씨 쓰는 힘을 기르기 위해 볼펜은 자제하고 연필을 사용하도록 한다.
2.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자=학습일기를 쓰기 위해선 앉아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부모가 하루 1분씩 늘려간다는 생각으로 지도하고 한 권을 빠짐없이 채웠을 때 칭찬과 격려를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3. 혼자 힘으로 쓰기=부모가 답답한 나머지 다그치거나 도와주면 아이가 흥미를 잃는다. 특히 잘 못쓴다고 야단치지 말고 아이에게서 작은 것 하나라도 찾아내 칭찬하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4. 틀이나 형식을 강요하면 효과 떨어져=하고 싶은 것부터 시작하게 한다. 이를 토대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자세가 길러진다.

※ 자료=서울 구의초등학교 제공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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