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초교 36m 옆에 도로…‘판교 사건’ 또 일어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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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광교산을 관통하는 ‘북수원민자도로(수원외곽순환도로)’ 건설 문제로 수원이 시끄럽다. 도심 교통난 해소를 위해 도로를 내야 한다는 수원시와 광교신도시의 아파트와 학교 옆을 지나는 도로가 개통되면 소음과 분진 등 피해가 생길 것이라는 시민단체 간의 대립이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성남 판교신도시 옆을 지나는 서울외곽순환도로(아파트와 33m 떨어짐)도 소음 민원으로 결국 1000억원을 들여 옮기기로 하지 않았느냐”며 “수원에서도 똑같은 일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본지 6월 15일자 1면>

 그러나 수원시는 내년 중 교통·환경영향평가와 실시설계, 토지 보상까지 마무리하고 2013년부터 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완공은 2014년 말이나 2015년 초로 예정돼 있다. 이 도로는 2004년 동부건설 등 8개사가 제안한 사업으로 2007년 5월 광교신도시 광역교통계획에 포함됐다.

수원시는 인구가 110만 명을 넘어섰고 도심 도로가 포화상태라 외곽도로의 신설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민자도로를 건설할 경우 하루 종일 막히는 국도 43호선과 1호선의 차량 2만여 대를 흡수해 시내 교통 정체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이 도로가 개통되면 광교신도시의 광교초·중학교와 아파트 3000여 가구가 소음과 분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로 예정 노선은 광교초·중학교에서 36~44m 떨어져 있다.

 환경 파괴 문제도 논란이다. 수원경실련은 이 도로에는 광교산 자락을 관통하는 터널 2개(예상 길이 1590m와 890m)와 계곡을 가로지르는 교량 6개, 조원나들목(IC)·광교IC 등 2개의 IC가 만들어져 최소 10만㎡의 녹지가 훼손될 것으로 추정했다. 광교산은 수원의 대표적인 녹지공간이자 시민 휴식처로 주말 하루 3만∼5만 명, 연간 600만 명의 등산객이 찾는다.

 수원시는 광교산 녹지 훼손을 최소화하고 공사 현장을 시민단체가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최병록 수원시 도로과장은 “광교신도시 학교 및 주거단지 밀접 구간에는 10m 이상 높이의 투명 방음시설을 설치해 소음과 일조권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영진 기자

◆북수원민자도로=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영동고속도로 북수원IC와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용서고속도로 상현IC를 연결한다. 길이 7.7㎞, 너비 20m, 왕복 4차로로 건설된다. 사업비는 3050억원으로 경기도시공사가 1100억원, 수원시가 300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민간사업자가 부담한다. 민간사업자가 30년간 유료로 운영하고 시에 기부채납한다. 예상 통행료는 136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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