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가던 소형 아파트도 맥 빠졌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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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주택시장 침체의 골이 생각보다 깊은 것 같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소형(전용 60㎡ 이하) 아파트도 맥을 못 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거침없이 오르던 서울 소형 아파트 값이 올 들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전용 60~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값도 올 들어 내렸다. 그동안 서울 주택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중소형 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 결과 올 들어 서울 소형 아파트 값은 0.55% 내렸다. 이는 올 들어 서울 평균 아파트 값 변동률(-0.38%)보다 큰 수치다. 중소형 아파트 값도 올 들어 0.21% 떨어졌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일두 아파트 전용 59㎡는 연초 2억5500만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2억1000만원 선에서 매물이 나온다. 강동구 길동 대상 아파트 전용 84㎡형도 연초보다 4000만원 정도 내려 3억1000만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기본적으로는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준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중대형에 이어 중소형마저도 매수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공급 증가에 대체 상품까지 봇물

여기에는 2008년 이후 공급이 크게 는 탓도 있다. 중소형 아파트 분양 비율은 2003년 73.78%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며 2007년에는 49.58%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등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중소형의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이후 건설사들이 중소형 공급을 꾸준히 늘리며 올 7월 말 현재 중소형 비율이 78.48%를 차지하고 있다.

신규 공급 물량 10가구 중 7가구가 중소형인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도시형생활주택이 본격적으로 분양됐다. 또 수익형 부동산 바람이 불면서 중소형 오피스텔이 대거 나왔다.

2009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서울에서 인허가를 받은 도시형생활주택은 1만6822가구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시내에서 공급된 오피스텔 물량도 1만1970가구다. 이들 상품이 소형 아파트 주택 수요를 일부 흡수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그동안 소형 아파트 값이 급등한 영향도 있다. 부동산1번지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 소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폭이 대형의 10배에 달한다.

200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공급면적 165㎡ 이상 대형은 8.2% 오른 반면 공급면적 66㎡ 미만 소형은 77.44% 급등했다.

이 같은 소형 아파트 값 하락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 같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워낙 많이 오른 데다 대체 상품 공급이 줄을 잇고 있어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정부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렸고,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어 주택경기가 개선되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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