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급여·고액연금에 메스 들이댄 몬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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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치인이 배제되고 경제학 교수, 은행가, 기업인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탈리아의 마리오 몬티 새 총리 정부가 18일(현지시간)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했다.

몬티 총리는 정치인 급여 및 고액연금 삭감 등을 통해 방만했던 재정운영에 과감하게 메스를 대겠다는 경제개혁안을 내놨다.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의 의원 급여는 독일·프랑스의 1.7배에 이른다.

 전날 상원이 찬성 281, 반대 25로 몬티 총리의 ‘테크노크라트 내각’에 대한 신임안을 가결한 데 이어 이날 하원 역시 찬성 556, 반대 61의 압도적 차이로 신임안을 처리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몬티 총리는 상원 신임투표에 앞서 연설을 통해 경제개혁 방안의 윤곽을 설명했다. 그는 “유로화의 미래는 부분적으로는 이탈리아가 앞으로 몇 주 동안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우리가 필요한 개혁을 수행하지 못하고 유로존의 ‘약한 고리’로 남아 있게 되면 훨씬 가혹한 상황에 몰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엄격한 재정 집행 ▶경제 성장 ▶사회적 공정성 등 세 가지 기본원칙 달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세제 개혁과 방만한 조직 정비 등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모든 탈세 행위는 엄정하게 처벌하고, 전임자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폐지했던 1가구 1주택에 대한 재산세도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마피아와의 ‘경제 전쟁’도 선언했다.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이탈리아 지하경제 규모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젊은이와 여성을 고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전문서비스 분야의 규제를 철폐해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몬티 총리는 특히 ‘공평한 고통 분담’ 방안을 다각적으로 제시했다. 불공평한 연금 제도를 개혁하고, 선출직 의원 및 관료의 급여 삭감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이렇게 해야 평범한 시민들도 희생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몬티 총리는 다음 주 유럽연합(EU) 정상들과 만난다.

 한편 이날 로마·밀라노·토리노·베네치아·시칠리아 등에서는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대학생과 공립학교 교사 등이 대거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영국 BBC방송은 “성난 민심이 몬티 총리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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