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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럽연합이 구제금융연합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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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유럽 경제위기가 주변부에서 핵심 국가로 번지는 불길한 조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화학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그제 6.75%까지 치솟아 마지노 선인 7%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해부터 유럽연합(EU) 주변 국가들은 국채 금리가 7%를 넘으면서 백기를 들고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여기에다 프랑스의 국채 금리도 3%에 육박해 자금 조달에 비상등이 켜졌다. AAA인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리란 관측도 쏟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 EU가 ‘구제금융 연합’으로 전락하는 끔찍한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유럽 은행들이 상대 국가의 국채를 대거 매입한 상태라 한 나라의 디폴트가 유럽 전역에 연쇄적으로 파급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특히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는 EU의 중심 국가다. 주변부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의 불길이 이들 핵심국으로 번지지 않도록 방화선(防火線) 구축이 시급하다. 현재 유일한 길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무조건 국채를 매입하는 적극적인 정책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이런 극약처방을 놓고 독일과 다른 EU 회원국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유로존 분할(分割)이나 일부 회원국의 강제 퇴출(退出)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탈리아는 내년 초부터 매달 400억~600억 유로의 국채 만기가 도래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7%를 넘나들면 상환자금을 조달할 길이 없다. 이들 나라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프랑스와 독일 경제의 운명도 장담하기 어렵다. 유럽의 불안은 전 세계 금융 불안을 야기하게 된다. 파국을 막으려면 지난달의 EU 정상회의 합의사항을 조속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EU 회원국들은 과감하게 재정을 개혁하고,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은 회원국들의 국채를 최대한 매입해 줘야 할 것이다. EU 정상회의 합의사항을 둘러싸고 그리스처럼 정치적 대립과 혼란이 반복되면 유로존의 금융 안정은 기대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