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탐방] 천안 광명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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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장애인 가정의 빨래 대신 해드려요

부녀회원들과 관리소 직원들이 지난달 아파트 화단에 국화를 심었다.

“빨래를 할 때마다 친정엄마 생각이 나요. 이웃 어르신들께 좀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죠.” 천안시 쌍용동에 위치한 광명 아파트 박정혜(51) 부녀회장의 말이다. 부녀회에서는 단지 내 독거노인·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1년에 2, 3회 빨래를 해준다. 이불 등 대형빨래는 쌍용1동 주민센터의 협조를 구해 그곳에 있는 대형세탁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빨랫감이 넘치면 부녀회원들의 가정으로 들고가 세탁도 한다. 한 가정의 빨랫감을 모두 세탁하는데 반나절이 걸린다. 부녀회원들이 바삐 움직여도 하루에 두세 가정의 빨래만 할 수 있어 모든 가정을 하는데 4, 5일이 걸린다. 박 회장은 “노인이나 장애인분들이 이불까지 세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내가 조금이라도 젊을 때 남을 도울 수 있어 보람차다”고 말했다.

 부녀회는 입주자대표회와 함께 장애인생활시설 방문 봉사도 펼쳤다. 부녀회원, 입주자대표회원, 자원 참가 주민까지 총 20여 명이 지난해 12월 천안시에 위치한 한 장애시설을 다녀왔다. 주민들이 기타·색소폰 연주도 하고 레크리에이션 시간도 가졌다. 행사에 참가했던 양행모(57) 동대표는 “개인택시 모임에서 지속적으로 해오던 봉사를 아파트 주민들에게 제안했다. 주민들과 함께하니 더 뿌듯하다”며 웃음지었다. 단지 내 화단 관리도 부녀회가 앞장선다. 매발톱, 금낭화 등 계절에 따라 화단에 꽃을 심는다. 지난달에는 국화를 심었다고 한다. 이근생(57) 입주자대표회장은 “부녀회가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회에서도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노래 부르며 우울증 이겨내요

매주 화요일 오후 8시면 관리동 노인정에서 ‘노래교실’이 열린다. 주민 20여 명이 대상이다. 고순이(48)씨도 이 중 한 명이다. 고씨는 5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주위 사람에게 알리지도 않고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다. 항상 치료약을 먹어야 했다. 그러던 그가 올해 3월부터 열린 단지 내 노래교실에 참여하고부터 새로운 활력소를 찾았다고 한다. 노래뿐 아니라 8개월간 주민들과 함께 대화도 많이 나누다 보니 웃을 일도 많아졌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의 병은 점점 사라졌다. 고씨는 “현재 치료약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상태가 좋아졌다”며 “주민들과 함께하는 노래교실이 치료약보다 더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마음의 건강을 되찾아 행복하다. 내 삶이 변했다”며 “노래교실을 열어준 관계자 분들께 고맙다”고 덧붙였다.

 ‘테니스 클럽’도 활성화 돼 있다. 올해 창설 17년을 맞은 ‘광명테니스클럽’은 주민 6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단지 내에 2개의 클레이 코트에서 운동을 한다. 코트 관리도 회원들이 직접 한다. 클럽 회원이기도 한 이 입주자대표회장은 “월례 회의를 꾸준히 열어 회원들간의 친목을 다지고 있다”며 “회비 일부분을 아파트 노인회 지원금으로 기부하는 등 주민간의 화합도 항상 생각한다”고 밝혔다. 관리동 지하 1층은 ‘주민 모임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때때로 서너 명의 주민들이 함께 ‘기타 연주 모임’을 갖는다. 박숙희(37) 관리소장은 “‘주민생활센터’(관리동 지하 1층)에서는 각종 주민 모임이 종종 열린다. 탁구대도 있어 주민들이 운동을 할 수도 있다”며 “주민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이니 자주 이용해 달라”고 말했다.

육각정에서 주민들 간 정 나눈다

단지 한 켠에는 ‘육각정’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6월 완공됐다. 새로 지어진 정자 주위에는 사철나무 길과 부녀회원들이 가꾼 화단이 보인다. 아파트와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준다. 주민들이 하나 둘씩 찾아왔다. 사람들이 모이니 이 곳은 저절로 담소를 나누는 소중한 공간이 됐다. 햇볕이 뜨거운 7, 8월 서로 웃고 떠들며 더위를 피했다고 한다. 단지 울타리 건너편에는 ‘미라 초등학교’가 있다. 단지에 사는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이 짧다. 단지 주변에는 시에서 만든 작은 공원 3개가 있다. 단지 옆에 놓여진 서부대로를 건너 300여m만 걸어가면 봉서산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등산을 좋아하는 주민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박 관리소장은 “학교, 공원, 봉서산까지 인근에 있어 주변환경이 좋다. 소장으로 부임한 지 4년이 됐지만 이사 가는 세대가 거의 없었다”며 “앞으로도 주민들과 관리소 측의 거리감을 줄여 좋은 아파트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조영민 기자·조한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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