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 만들고 학내 갈등 불씨 … 총장 직선하면 개혁 못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대학에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어요. 교직원들이 ‘이대로 가면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에 공감하면서 우리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하자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군산대 채정룡(59ㆍ사진) 총장은 “적극적인 자세로 뛰면 현재의 위기상황이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대는 16일 교수회의에서 일반 국립대 가운데 처음으로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대학은 지난 9월 강원대ㆍ충북대ㆍ강릉원주대ㆍ부산교대와 함께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으로 지정됐다.

-총장 직선제를 폐지키로 한 배경은.

“대학 구조조정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5~6년 뒤면 대학 신입생이 급감한다. 2020년쯤이면 현재보다 3분 1이 줄어든다. 뭉그적거리다 실기하면 문을 닫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힘들지만 개혁을 해야 대학을 살릴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직선제의 폐해가 큰가.

“나도 투표로 당선됐지만 직선제는 문제가 많다. 표를 얻기 위해 거의 매일 밥ㆍ술 자리 만들고, 결혼식장ㆍ장례식장으로 쫓아 다녀야 한다. 본업인 교육ㆍ연구는 뒷전으로 쳐질수 밖에 없다. 매사에 표를 의식할 수 밖에 없다. 선거 이후에는 파벌이 형성돼 학내 갈등의 불씨가 된다. 결국 중요한 학사업무를 끌고 나가는데도 방해를 받게 된다.”

-반발도 있었을텐데.

“처음엔 ‘왜 희생양을 자초하나’ ‘큰 대학도 가만히 있는데, 먼저 총대매는 이유가 뭐냐’며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직선제 폐지는 320여명 교수 중 70%가 반대했다. 매일 교수ㆍ직원ㆍ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위기상황을 토론하고, 갈 길을 찾았다. 평소 교직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합의 도출에 도움이 된 것 같다.”

-다른 부문의 개혁은.

“크게 세가지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 먼저 유사학과를 통폐합한다. 교직원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올해 채용한 전임강사부터 적용한다. 학생들은 현행 140학점을 10학점 줄이고,부전공ㆍ복수전공을 살리는 융합전공제를 활성화한다.”

-대학의 목표는.

“새만금시대를 선도하는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만들겠다. 지역 특화산업과 접목해 조선ㆍ해양ㆍ기계ㆍ자동차 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주변의 군장국가산업단지 등과 연계할 경우 취업률 등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확신한다.”

군산=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