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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구단 비즈니스에 유럽행 꿈 꺾인 윤빛가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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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송지훈
스포츠부문 기자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글래스고 레인저스가 지난달 말 K-리그 클럽 경남 FC에 공문을 보냈다. 미드필더 윤빛가람(21·사진)을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80만 파운드(14억원·추정)의 몸값도 제시했다. 레인저스는 셀틱과 함께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다.

 경남은 레인저스와 협상하지 않았다. 이적료가 낮았기 때문이다. 대신 성남에 윤빛가람을 팔았다. 경남은 이적료 20억원과 공격수 조재철(25)을 받았다. 축구대표팀의 중동 원정에 참가한 윤빛가람은 나중에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았다. 그는 17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표팀 소집 기간 중에 내 뜻과 무관하게 이적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경남은 내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구단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유럽 진출의 꿈이 무산됐다”며 아쉬워했다.

 경남과 성남의 거래에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 선수는 구단의 자산이다. 선수를 발굴·육성해 비싼 가격에 파는 일은 구단의 비즈니스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유럽에서는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이적을 거부하면 강행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물론 해당 선수는 대가를 치른다. 구단의 비즈니스를 방해했으니 벤치에서 계약 기간 만료를 기다려야 한다. 잉글랜드 토트넘에서 뛰던 이영표(34)도 AS로마 이적을 거부한 뒤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젊은 유망주가 선진축구를 경험하며 기량을 향상시키고 한국 축구의 자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 점에서 윤빛가람이 유럽 이적의 호기에 트레이드 대상이 돼 원치 않는 이적을 하고 만 점은 아쉬운 일이다.

이영표가 17일 트위터에 ‘윤빛가람은 이적한 것이 아니라 이적당한 것이다. 오늘은 K-리그가 부끄럽다’고 쓴 이유도 윤빛가람의 아쉬운 마음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송지훈 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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