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청년극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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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청년극장 식구들은 요즘 기분이 좋다. 지난달 17일 울산에서 끝난 제18회 전국연극제에서 〈세월이 가면〉으로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국연극제 13회 참가(전국 최다)에 장려상 8회 수상이란 고된 행보 끝에 거둔 결실이라 의미가 더욱 크다.

그런데도 청주체육관 맞은 편에 있는 극단의 보금자리 너름새극장에서 만난 단원들은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다.

홍진웅 대표(36)가 말한다. "숙원사업 같이 느껴졌던 대상을 받았는데도 허탈한 마음이 앞섭니다. 우리 스스로 미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올해 참가작 가운데 유일한 지역작가 작품으로 지방연극의 창조적 자립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세월이 가면〉은 1950~60년대 서울 명동 일대 예술가들의 애환을 녹인 작품. 열악한 공연환경에서 지방연극을 지켜나가는 청년극장의 자화상으로도 볼 수 있다.

극단측은 이번에 희곡(이윤혁)·연출(우현종)상도 휩쓰는 저력을 과시했다.

인구 50여만인 청주는 교육도시라는 명성답게 다른 지역보다 연극이 비교적 활성화한 곳. 시민극장·상당극회 등 민간극단이 다섯 개나 된다.

1984년 청주대 연극반 출신을 중심으로 발족한 청년극장은 이중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며 청주를 대표하는 극단으로 발돋움했다.

그런데 갑자기 배우 윤원기씨가 분개한다. 한국연극협회가 발행하는 월간지 〈한국연극〉 6월호 특집 대담기사, 즉 시·도립극단 연극인이 아닌 경우에는 지방연극의 대부분이 아마추어 수준이라는 지적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우리 극단 출신만 해도 서울 연극계·영화·TV에 상당수 진출했습니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사람도 있고요. 단지 연극을 전업으로 하지 않는다고 아마추어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청년극장의 단원은 60여명. 20대에서 50대까지 고루 포진했다. 연출·배우·스태프 등 전문체제를 갖췄다. 단원 모두가 주인으로 참여하는 동인제 형식이다.

특히 조직력이 대단하다. 홍대표는 10년 전 프로그램을 내보이며 당시 배우들이 그대로 이번 공연에도 참여할 만큼 결속력이 대단하다고 덧붙인다.

"솔직히 대학로에 뿌리를 내린 배우가 얼마나 됩니까. 우리만큼 인적 자원이 풍부한 곳도 흔하지 않을 겁니다. 그동안 지방연극은 서울공연을 모방하는 경향이 짙었지요. 그러나 우리는 철저히 자기 색깔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세월이 가면〉은 그동안의 노력이 열매를 맺은 것이지요. 앞으로도 우리 작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청주연극의 색깔을 지켜나갈 작정입니다. 작품이 좋으면 관객은 반드시 찾아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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