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의 행복한 은퇴 설계] 대출 끼고 강남·판교 부동산 사셨나요? … 빨리 처분하는 게 상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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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부동산 자산의 리밸런싱으로 넘어가 보자. 베이비붐 세대는 컴퓨터 세대, 주식 세대, 카드 세대 외에도 부동산 세대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닌다. 부동산 자산이 베이비붐 세대 전체 자산의 80%를 넘는다. 지난 25년 넘게 부동산 투자는 성공적이었다.

부동산 덕분에 부자가 된 사람이 많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경우 집값과 임대수익까지 고려한 투자수익률이 1987년 이후 평균 13배나 됐다. 강남 지역의 경우는 평균 16배가 넘는 것으로 나왔다. 극단적으로 대치동의 은마아파트의 경우 1980년 당시 아파트 분양가가 2000만원 정도였다. 지금은 50배가 넘게 올랐다. 무엇보다 80년대 후반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집 수요와 88올림픽 이후 크게 오른 월급, IMF 이후의 저금리 등이 주 요인이었다.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 부동산 불패의 주역인 베이비붐 세대는 이제 대거 은퇴를 앞두고 있고 자녀를 위한 목돈도 필요한 시기에 접어들었다. 부동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반면에 젊은 세대의 경우 월급을 모아 집 살 생각은 할 수도 없고, 라이프 스타일도 변해 작은 집보다는 좋은 차나 오피스텔을 선호한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더 중시하는 트렌드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부동산시장은 몇 년째 위축되고 있다. 이미 2007년부터 10억원 이상 아파트는 18만 가구에서 약 15만 가구로 3만 가구(17%) 줄었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를 빼면 실제로는 4만3000가구(24%)나 감소했다. 상가 투자도 현재 수익률은 평균 연 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경기가 나빠 임차인을 관리하기도 힘들다. 더욱이 부동산 투자의 대부분이 담보대출을 끼고 있는데 현재 대출금리는 빠르게 오르고 있다. 게다가 내년은 정치적 이슈도 많아 부동산 정책이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찌 됐건 전세금이 이렇게 오르는데 부동산 투자를 장려할 것 같지는 않다. 긴 시각으로 보면 부동산 불패는 끝나고 일본처럼 지루한 침체기가 오는 조짐이다. 물론 주가지수가 떨어져도 오르는 개별 주식이 있는 것처럼 부동산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잘못 사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낭패를 당하기 쉬울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에 있어 현 시점은 부동산을 유동화시켜 은퇴자금으로 만드는 문제가 필수불가결하면서도 최대 난제다. 단순하지만 결론은 부동산을 줄일 수 있다면 빨리 줄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출을 끼고 강남, 분당, 판교 등으로 벌여놓은 사람은 이제 마음을 비워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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