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서울시’ 협찬 1호는 우리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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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우리은행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협찬 1호’ 민간 회사가 됐다. 서울시가 10일 밝힌 내년 주요 사업 39개 중 민간의 자금 협조를 받게 되는 사업은 3개인데, 이 중 두 개에 우리은행의 참여가 확정됐다. 우리은행은 서울시 예산 21조원과 구 예산 18조원의 출납과 관리를 맡는 ‘시 금고’ 은행이다.

 서울시는 14일 우리은행 자금 100억원을 기반으로 창업 마이크로크레디트를 내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 기구를 통해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 실직자 등에게 최대 3000만원까지 연 3% 금리로 대출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박 시장의 공약이다.

 우리은행은 시의 제안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용으로 분류된 자금 중 100억원을 서울시 사업용으로 돌리기로 했다. 대출 보증을 설 신용보증재단에도 15억원을 출연한다. 우리은행은 이미 전국적 차원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인 미소금융에 5년간 50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상태다.

 시 마이크로크레디트의 대출 금리는 연 3%지만, 시가 일부를 보전해 은행의 실제 대출 금리는 5%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평균 금리는 연 6.5%다. 우리은행은 시의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금리 수준에 난감해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규모를 200억원으로 늘리자는 제안을 했다. 시는 성과를 봐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시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운영은 시민단체가 한다.

 우리은행은 박 시장이 공약한 ‘대학등록금 적립통장’도 맡는다. 이 통장에 10세 이하 자녀를 둔 저소득층 가구(1만 명)가 월 3만~7만원을 10년간 부으면 고정금리로 연 8%의 이자를 준다. 이자는 우리은행과 서울시가 반씩 부담한다. 이자 부담은 내년에는 각각 1억3200만원이지만, 10년 후에는 연 165억원이 된다. 우리은행은 오세훈 전 시장 때 만든 비슷한 성격의 통장(3만 명) 관리도 하고 있다.

 박 시장의 대표적 협찬 정책인 ‘사회투자기금’은 총 30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내년에는 300억원을 서울시가 내고 민간에서 500억원을 모금할 계획이다.

공약에 따르면 250억원이 은행 몫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서울시 금고로 재선정되면서 4년간 15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사회투자기금에 출연할 가능성도 크다.

 우리은행 측은 “우리은행은 1915년부터 서울시 금고를 관리해 2014년이면 100년이 된다”며 “공익 사업 참여를 통해 시와 은행이 ‘윈윈’하는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금고 은행이 되면 하루 평균 3조~4조원의 잔고를 확보할 수 있고, 시·구청에 지점을 개설해 공무원과 민원인 대상 영업이 용이하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직원 간담회에서 “기업들이 내게 협찬해 온 이유는 ‘저 사람에게 나의 돈과 재능과 시간을 투자해주면 제대로 잘 쓸 것이다’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협찬도 프로와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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