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회 가는 MB … 한나라, FTA 처리 최후통첩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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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APEC 정상회의 마치고 귀국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오후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했다. 공항에 도착한 이 대통령이 김성환 외교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김효재 정무수석,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대통령 오른쪽 시계방향으로)과 국회 방문 등 국정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14일 오전 11시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찾아 손학규 대표를 만났다.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요청을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앞두고 야당에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손 대표의 응대는 싸늘했다. “(대통령이) 새로운 내용 없이 그냥 국회를 방문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되는 만큼 안 오셨으면 한다. 빈손으로 올 것 같으면 빈손으로 가야 할 것이다”는 말이 손 대표 입에서 나왔다.

 임 실장은 “현 시점에서 대통령의 새로운 제안은 없을 것으로 안다. 미국에 새 제의를 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이 정도 얘기했으니 내일 대통령이 (국회에) 안 오시리라 믿는다. 그래도 오신다면 홍보용, 명분쌓기용 방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50분 동안 이어진 면담 내내 손 대표가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자 임 실장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고 한 배석자는 전했다.

 앞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11일로 잡혔던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연기시키며 “(손 대표와의) 회동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던 김진표 원내대표까지도 강경파의 편을 들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야당을 압박하기 위해 아무런 해결책도 없이 국회를 찾아오는 것은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라고 했다.

15일 오후로 예정된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티타임에도 손 대표 등 야당 인사들은 불참한다는 입장이다.

 그런 민주당을 겨냥해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환영할 일로 야당이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이 사실상 미·일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19세기 말 개항에 반대하고 세상의 변화에 눈감았던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남경필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국회를 다녀간 뒤에도 아무런 진전 없이 갈등과 몸싸움만 격화한다면 고민의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이 오게 될 것”이라고 단독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에선 “15일 이후에도 비준안 처리에 진전이 없다면 이 대통령의 방문을 최후 통첩으로 간주하고 강행처리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홍정욱·김성식·김세연 등 한나라당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 소속 의원들은 이날 비준안의 합의 처리를 위해 야당과의 협상 창구를 개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준안은 재적 295명 중 절반(148명)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한나라당 의원은 169명이지만 협상파들이 단독처리에 반대하면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14일 오후 하와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신용호·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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