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쟁사 노키아·모토로라도 ‘아몰레드폰’ 쏟아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세계 최초로 ‘HD 수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S2 HD’를 모델이 홍보하고 있다

‘아몰레드(AMOLED)폰’이 쏟아진다. 그동안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만 탑재됐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가 최근 노키아·모토로라 같은 글로벌 스마트폰으로까지 퍼지는 중이다.

아몰레드는 2007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선보인 디스플레이다. 액정화면(LCD)에 비해 1000배 이상 빠른 응답 속도와 넓은 시야각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SMD는 최근 패널 크기를 7인치까지 확대하고 해상도를 높인 ‘HD(고화질) 수퍼아몰레드’도 출시했다. 경쟁사들은 삼성이 개발했다는 이유로 탑재를 꺼려온 디스플레이다.

 하지만 최근엔 사정이 달라졌다. 노키아는 지난달 말 선보인 윈도폰 ‘루미아800’에 3.7인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처음으로 탑재했다. 업계에선 내리막길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선보인 전략 제품 ‘N9’에도 아몰레드를 채택한 바 있다.

모토로라가 지난달 출시한 ‘드로이드 레이저’(左), 노키아가 지난달 출시한 윈도폰 ‘루미아 800’(右).

 모토로라가 지난달 출시한 ‘드로이드 레이저(Droid Razr)’도 4.3인치 qHD 수퍼아몰레드를 장착했다.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이후 처음 내놓는 제품이다. 듀얼코어 1.2기가헤르츠(GHz) 프로세서, 1기가바이트(GB) 메모리, 800만 화소 디지털카메라를 비롯한 주요 사양은 기존 ‘드로이드 바이오닉’과 비슷하지만 디스플레이만큼은 아몰레드로 차별화했다.

 이 밖에도 일본의 휴대전화·복합기 제조업체인 교세라가 오는 12월 WVGA급 4인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디그노(DIGNO)’를, 스마트폰 시장에 전격 진출한 델이 내년 1월 4.3인치 qHD 수퍼아몰레드를 탑재한 ‘스트릭 프로(Streak Pro)’를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제조업체 중에서는 팬택이 아몰레드를 적극 활용한다. 박병엽(49) 팬택 부회장은 지난달 초 ‘베가 LTE’ 출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의 대세로 떠올랐다”며 “내년부터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더 많이 주문해 쓸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3000만 대 넘게 팔린 갤럭시S 시리즈의 성공을 뒷받침한 일등공신으로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꼽는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아몰레드의 연매출은 2009년 58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2억48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이 업체는 아몰레드가 올해 42억 달러를, 2015년 150억 달러의 연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아몰레드가 이처럼 인기를 끄는 이유는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단가가 많이 떨어졌고, 다른 부품보다 성능 개선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SMD 관계자는 “고화질 디스플레이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상징으로 자리 잡자 경쟁사들이 연말 성수기 전략 스마트폰에 아몰레드를 유행처럼 탑재하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런 경향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아몰레드(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ctive-Matrix Organic Light-Emitting Diode)’ 디스플레이의 영문 앞글자를 딴 조어로, 삼성이 마케팅 목적에서 ‘아몰레드’로 명명했다. 발광 소자에 전류를 가하면 스스로 빛을 내는 차세대 평판 디스플레이다. 액정화면(LCD)과 달리 자체 발광 방식이라 색감이 자연색에 가깝고, 전력 소모가 적다는 평가를 듣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