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여대생 생고생 북한 체험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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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여대생이 북한에서의 체험기를 사진과 함께 인터넷에 자세히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중국사이트에 `2010년 중국 여자 대학생 북한 방문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지난해 4월 교환학생 자격으로 북한을 다녀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들이 평양공항에서 찍은 인증샷에는 30여 명의 중국 대학생들이 등장한다. "북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왜 그런 곳을 가느냐`고 묻지만, 객관적으로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가기로 결정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기숙사 부엌(좌)과 화장실(우)의 모습

이 여학생은 동료 학생들과 함께 고려항공에 몸을 싣고 북한으로 떠나는 순간부터 북한의 실정 등을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상세히 풀어냈다. 그는 "빨간 옷을 입은 고려항공 승무원들이 환한 미소로 승객들을 반겼으며 객실은 옛 소련을 연상케 했다" "공항의 수하물 컨베이어벨트는 많이 낡아 있었고, 어떤 학생들은 공항직원에게 가방을 열어 보여야 했다"고 적었다.

기나긴 입국 심사를 거친 이들은 모란봉구역 평양개선문 근처에 있는 외국인 기숙사에 묵었다. 그가 올린 사진을 보면 기숙사 내부는 한 눈에 보기에도 낡았다. 부엌에는 작은 라디에이터가 벽 구석에 자리했고, 부탄 가스를 사용하는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취사 시설의 전부였다.

화장실 바닥 타일엔 묵은 때가 끼여있었고 한 켠에 파란색 커다란 플라스틱 물통이 있었다. 정전과 단수가 잦았고 냉온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커다란 물통에 물을 받아놓고 써야 했다. 낡은 수세식 양변기에 연결된 호스는 고장난 듯 테이프로 감겨져 있었다.

이밖에 그는 거리에서 만난 북한 주민들의 모습, 과일을 파는 시장과 어린이 놀이터 등을 찍은 사진도 올렸다.

평양국제전신전화국의 내부 모습. 전화기는 1970~80년대에 쓰이던 로터리식 다이얼을 가진 구형이다.

외국인들이 인터넷과 국제 전화를 할 수 있는 평양국제전신전화국의 내부 모습도 공개됐다. 평양 시내에서 외국과 통화하려면 이곳을 이용해야 했다. 전화기는 1970~80년대에 쓰이던 로터리식 다이얼을 가진 구형이다. 시설은 제법 그럴듯 해보였지만 실제로는 형편없었다.

북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기서 하는 통화는 거의 모두 북한 당국에 의해 도청된다고 한다. 사진을 올린 중국 여학생은 "중국에 있는 가족들과 전화 통화를 시도해도 자주 끊기는 바람에 요금만 날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전했다.

TV의 안테나 선은 싹뚝 잘려 있다.

전화 통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인데도 북한에선 TV를 마음대로 볼 수 없다. TV의 안테나 선은 싹뚝 잘려 있다.

열악한 상황에서 학업이나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이 학생은 "인터넷이 제대로 되지 않아 책이나 외국 잡지 등에 의존해 공부를 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래도 "기숙사 방 밖에서 들려오던 벌레들의 나즈막한 소리는 좋은 벗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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