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만 FTA’ 효과 … 후진타오·롄잔 APEC 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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롄잔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중국 국가주석과 롄잔(連戰·연전)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이 제3국인 미국 땅에서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양안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지난해 타결한 이후 양국 경제·무역 관계가 순항하는 상황에서 정치 관계도 순풍을 타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두 사람은 11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의 한 호텔에서 만나 약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고 중국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대만은 정식 APEC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APEC 회의에 롄잔은 마잉주(馬英九·마영구) 대만 총통의 특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롄잔은 2005년 4월 당시 국민당 주석 자격으로 당 대표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해 후 주석과 1949년 양안 분단 이후 처음으로 국민당과 공산당의 국공(國共)회담을 열었던 인물이다. 친분이 있는 두 사람은 시종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대화했고 중국과 대만이 정치적 신뢰를 높이기로 합의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보도했다.

 롄 명예주석은 “(양안이 합의한) ‘92 공식(共識·의견일치)’은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의 기초며 경제적 협력뿐 아니라 정치적 신뢰의 초석”이라며 “논쟁은 젖혀두고 구동존이(求同存異·같은 점을 추구하고 이견은 남겨둠)하자”고 제안했다. 92공식은 중국의 양안관계협회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가 1992년 11월 홍콩에서 만나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한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 “92공식은 정식으로 위임받은 민간 단체에 의해 합의된 객관적 실체며 그 정신은 구동존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92공식을 인정하는 것은 양안 협상의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이면서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위한 기초”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날 투자보장협정을 조속히 체결하고 ECFA 후속 조치 이행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은 대만과의 정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지난해 6월 말 충칭(重慶)에서 대만과의 ECFA를 타결했으며 이 덕분에 대만은 지난해에만 860억 달러의 흑자를 봤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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