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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나 아파트나 짓기는 마찬가지” 분양 때마다 책 내는 건설사 회장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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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아파트 건축과 글 쓰기가 상극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아파트는 콘크리트·목재 등으로 짓고, 글은 어휘와 상상력으로 짓는 것일 뿐이죠. 창의성이 요구되고 소비자나 독자의 트렌드도 파악해야 하는 점에선 둘 다 똑같죠.”

 전남 목포에 1987년부터 모두 5000여 가구의 아파트를 지은 근화종합건설 김호남(63·사진) 회장은 “글을 쓰는 것은 바르게 살겠다는 다짐이요, 옳은 것을 실천하겠다는 각오”라고도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13일 목포시 남악신도시에 짓는 아파트의 견본주택 개관식 때 세 번째 수필집 『바다를 품다』의 출판기념회를 함께 했다. 이 책은 그가 사업을 함께 일군 동생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아픔, 자랄 때 아팠던 딸을 시집 보내는 감회, 어린 시절 어머니가 했던 말 속의 지혜 등 가족 이야기들을 주로 담고있다.

 그는 남악신도시에 처음 아파트를 지을 때인 2006년 『새들은 함부로 집을 짓지 않는다』라는 첫 책을 냈다. 그리고 5년 만인 올해 3월 2차 아파트 건축 때 『삶의 물레는 돌고 도는데』를 출간, 견본주택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각박하고 척박한 환경을 헤쳐나가려면 순정(純情)한 마음으로 우일신(又日新·날로 새로워지는 것)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세상을 가치 있게 오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또 제가 생활하고 상업을 하면서 경험한 일들이 남들에게도 도움이 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내고 있습니다.”

 신문 등에 투고하면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글에 재능이 있다기보다는 평소 메모를 많이 하고 추억과 기억·감성, 나만의 생각 등을 연결하는 ‘기획’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신문을 꼼꼼히 읽고 책을 한 달에 서너 권씩 읽는다. 또 아파트나 회사 광고의 카피도 직접 쓸 만큼 평소 글을 가까이 한다.

 김지하 시인과 가깝게 지내는 그는 김 시인의 제안을 받아들여 전남 신안군 압해도에 ‘바다와 생명’을 주제로 한 문학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자신의 땅 약 3만㎡에 건물을 지어 문학인들을 위해 내놓기로 신안군과 협약을 맺었다. 그는 “대략 설계도 마쳤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정리만 되면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엔 목포시에 5000만원, 5월에는 전남도교육청에 1억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이사장을 맡고 있는 목포중앙고교에도 해마다 1000만~1500만원의 장학금을 내놓고 있다. 그는 사단법인 한·중문화협회 전국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국제펜(PEN)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포=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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